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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외딴섬 성폭행 보도 때문에 주민들 피멍든다"

등록 2021.06.25 15: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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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섬재단, 섬 차별·혐오 범죄보도 개선 호소

"범죄관련 없는 '섬' 강조하는 선정보도 사라졌으면…"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무안=뉴시스]맹대환 기자 = "섬을 더 이상 선정 보도의 제물로 삼지 말아주십시오"

한국섬재단이 범죄보도 시 일부 언론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섬마을'을 강조하면서 지역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25일 한국섬재단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지적장애인 여성 성폭행 사건과 관련한 기사가 보도됐다.

재단은 "유독 섬에서 이러한 파렴치한 범죄가 발생하면 '섬마을'이니 '외딴섬'이니 하는 단어를 제목에 넣는 사례가 허다하다"며 "해당 기사의 댓글에는 섬을 비하하고 비난하는 혐오스러운 댓글이 난무하고 있다. 언론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어디에 살던지 차별을 조장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재단은 "범죄는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며 "섬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지만, 섬이라고 해서 육지에서 발생하는 비슷한 범죄가 강조되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단은 "언론사와 언론인의 관행적이고 선정적인 섬 관련 범죄보도 태도가 섬을 차별화하는 자원이 되고 있다"며 "그동안 섬에 관한 부정적인 보도가 섬을 터부시하고 사람이 살아서는 안되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단은 "섬은 소중한 국토공간으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도 과거의 잣대로 섬을 소외와 천대, 무관심과 방치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현실 또한 상존하고 있다. 더 이상 섬을 선정적인 보도의 제물로 삼지 말아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섬 지역 범죄보도가 섬과 섬 주민들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지역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는 논문도 발표됐다.

목포MBC 김윤 기자는 지난 2월 목포대학교 도서해양문화학 협동과정 석사논문으로 '섬 지역 범죄보도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언론이 섬에서 발생한 범죄를 보도하면서 기사 제목에 '외딴섬'과 '섬마을'이라는 단어를 반복 사용해 사건의 본질보다 '섬'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을 내세워 지역감정과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과 2016년 신안에서 발생한 '염전노예 사건'과 '여교사 성폭행 사건'의 기사량은 육지에서 발생한 유사사건(2016년 축사노예 사건·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보다 '염전노예'는 430건, '여교사 성폭행'은 2553건이 많았다.(한국언론재단 빅카인즈에 등록된 54개 언론사의 1년 분량 기사와 네이버 뉴스검색 분석)

주목할 부분은 두 사건 모두 '섬'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기사량이 비교대상 지역의 '농촌'이나 '도시' 등 일반명사와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많았다는 점이다.

기사제목은 '전라도 섬노예'로 강도가 세지고, SNS에는 '홍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김 기자는 "언론은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섬이라는 장소를 지나치게 강조해 범죄보도의 선정성과 호기심을 극대화시키려는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며 "신안군은 행정안전부 지역안전지수 조사에서 5년 연속 범죄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으로 선정된 곳이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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