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PPT로 왜읽나"…이성윤·검찰, 첫 재판 기싸움
이성윤 측 "공소장 자체에 문제 있어"
"공모했는지 기소 전에 답 가졌어야"
"공소사실의 전제, 사실하고 다르다"
"출국금지 개입 안했고 외압도 없어"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지난 6월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로 출근하고 있다. 2021.06.11. [email protected]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선일)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고검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는 준비기일로 이 고검장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과 이 고검장 측 변호인은 이날 검찰이 공소사실을 낭독하기 전부터 그 방식을 두고 공방을 주고 받았다. 검찰이 프레젠테이션(PT) 방식으로 공소사실을 낭독하겠다고 하자 변호인이 채택되지 않은 증거들이 진술될 수 있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변호인은 검찰이 PT로 공소사실을 전하면 '공소장 일본주의'가 위반될 우려가 있다고 맞섰고, 검찰은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할 우려가 있는 부분은 제거했고 공소사실은 이미 다 공개됐다"고 반박했다. 이에 재판부는 PT로 진행하되 변호인이 언제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진행했다.
이후 변호인은 준비기일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법정에서 재판장의 지적과 같이 공소장 구조 자체로 누가 공범인지, 누구에게까지 직권을 남용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며 "공소장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소장은 검찰이 피고인을 기소하며 법원에 제출하는 문서로 심판 대상을 분명하게 해 법원의 심리 범위를 분명하게 하는 공소제기의 본질적인 요소 중 하나다. 재판의 기초인 공소장 자체가 문제라고 '선공'을 가한 것으로, 검찰 입장에선 경우에 따라 상당히 굴욕적으로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변호인은 '이 고검장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사후 수습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공소사실 전제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고검장은 김 전 차관 출국금지에 개입하지도 않았고,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적도 없다며 "전제 사실이 진실이라면 이 고검장을 이 사건으로 기소하지 않고 (불법)출국금지로 기소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고검장의 공소사실에 등장하는 전·현직 고위 검찰 간부들에 대한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은 "공모했다는 것인지, 관계 없이 단독범행을 했다는 것인지 기소 전에 답을 가지고 있어야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고검장과 참모들 (사건이) 공수처에 다녀왔다"며 "그렇다는 것은 범죄 혐의가 발견됐다는 뜻이고, 지금도 3명이 가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의 기소 여부를 확정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는 취지로 덧붙였다.
이 고검장 측은 혐의를 부인하며 향후 PT를 통해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변호인은 증거 관련 의견을 정리할 예정인데, 이에 따라 의혹에 연루된 고위 검찰 간부들의 증인 출석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이 고검장의 2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오전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때 이 고검장 측도 PT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고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해 이규원 당시 대검 진상조사단 검사를 수사하겠다고 보고하자 외압을 가해 수사를 중단시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고검장이 이 검사에게 긴급 출국금지 권한이 없고 당시 허위 내사번호를 기재해 사후승인 요청서를 작성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직권을 남용해 안양지청에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박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고검장이 당시 서울동부지검장에게 김 전 차관 출국금지에 등장하는 내사번호를 추인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이러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안양지청이 이 검사 사건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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