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연쇄살인' 못막은 감시망…허술한 법도 한몫
보호관찰관, 강씨 귀가 확인 후 발걸음 돌려
"제때 현장 확인했다면 2차범죄 막았다" 비판
법무부 "심야 자택 조사는 통상적이지 않아"
무조건 심야 강제조사 근거 없는 것도 사실
"일선 적극 대응토록 제도 개선해야" 지적도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된 50대 성범죄 전과자 강모(56)씨가 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며 취재진 마이크를 발로 걷어차고 있다. 2021.08.31. [email protected]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당일 새벽 외출제한 명령 위반을 보호관찰 직원이 파악해 출동까지 해놓고도 귀가했다는 이유로 복귀, 결국 2차 살인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법무부나 경찰 직원을 탓하기보다 적극적인 초동 조치가 이뤄지기 힘든 제도적 미비점을 지적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31일 법무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26일 오후 9시30분에서 10시 사이 자택에서 여성 A씨를 살해한 뒤 약 2시간 후인 27일 오전 0시14분께 야간외출제한 명령을 위반하고 자택을 나섰다. 강씨는 법원으로부터 오후 11시에서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외출제한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서울동부보호관찰소 범죄예방팀은 강씨의 외출 사실을 확인하고 현장으로 출동했는데, 강씨가 외출 20분 만에 귀가하자 추후 소환·조사 계획만 고지한 채 발걸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강씨는 당일 오후 5시31분께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 종적을 감췄고 29일 오전 3시께 또다른 여성 B씨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관리 기관의 당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출동 당시 현장을 제때 확인했거나 최소한 불러내 대면조사라도 실시했다면 2차 범행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같은 지적에 법무부 관계자는 "강씨가 외출제한명령 위반 상태에서 복귀했기 때문에 위반 상태가 아닌 게 돼, 통상적으로 다음에 소환해서 조사를 실시하게 된다"며 "야간 시간에 귀가했기 때문에 귀가 이후 조사하는 건 통상적이지 않다"고 했다.
보호관찰법이나 시행령 등에 따르면 감독대상자가 야간외출제한 명령을 위반했을 경우 보호관찰관의 조사 권한과 방식을 구체적으로 정해둔 규정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 특히 심야 시간대에 감독대상자 주거지에 직접 들어가 조사하기에는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된 50대 성범죄 전과자 강모(56)씨가 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2021.08.31. [email protected]
법무부 인권보호수사준칙이나 경찰수사규칙에도 심야조사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돼있다. 법무부 범죄예방팀 직원이 스스로 돌아온 강씨를 나갔었다는 이유로 강제구인이나 심야조사 등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던 것이다.
강씨 도주 후 강씨 자택을 찾았던 경찰이 집 안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도 수색영장 없이는 불법 수사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자발찌 부착자의 경우만이라도 제한 위반 시 강제수사 조건을 완화하는 조항이 만일 있었다면, 2차 살인은 막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역시 위헌성이나 인권론 관점에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다만 강씨 범죄 처벌 전력이 총 14회(실형 8회), 그중에서도 성범죄가 2회나 된다는 점에서 법무부가 범죄의 사전 징후를 포착하고 재범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감독대상자에 따라 선제적 강제수사 등 적극적인 초반 개입을 일단은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게다가 강씨는 이미 지난 6월1일 한 차례 야간외출제한 명령을 위반한 전례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외출 시간이 짧았고 이후 전화가 연결되는 등 당시 상황을 종합해보면, 일선에서 범죄 징후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관행적으로 위험이 해소된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며 "긴급한 상황에선 경찰이 자택을 먼저 수색한 후 사후에 영장을 받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일선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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