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병동 투입' 전공의들 "과도한 업무에 환자 안전 위협"
대전협, 코로나19 전담병원 운영 관련
전국 수련병원 내과 전공의 실태조사
“코로나19 등 입원환자 전담인력 필요"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2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 주차장에 마련된 이동형 음압병실에서 의료진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2021.08.02 [email protected]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14일 "추가 인력과 인프라 확보 없이 만들어진 코로나19 병상에 기존 전공의들이 투입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환자 관리 등 진료에도 큰 차질을 빚게 돼 환자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이 코로나19 전담병원 운영과 관련해 전국 수련병원 내과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병동의 경우 88.8%가 중환자실로 운영되고 있다. 병원별로 중환자 관리를 위한 장비 등의 부족으로 기존 중환자실을 분리해 코로나 병동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환자 처치가 늦어지거나 적절한 처치를 못하게 되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한 전공의는 “코로나 발생 이전에는 인공호흡기까지 장착하고 있는 환자가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서 일반 병동에 있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일반병동에 입원한 환자들도 필요한 처치가 지연되고 있다. 실태조사 결과 코로나19 전담병원의 95%는 야간에 코로나 병동을 담당하는 내과 전공의는 1명에 불과했고, 이 중 74%는 다른 병동 환자들까지 동시에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협에 따르면 코로나 병동을 출입하려면 전신보호복, 마스크, 고글 등 레벨D 보호장구를 착용한 후 출입해야 하고, 병동에 들어간 후에는 전자기기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 병동이 아닌 곳에서 환자를 치료해야 할 경우 신속히 대처하기 어렵다.
또 코로나 병동의 경우 중환자실에 준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내과 전공의 중에서도 고연차가 투입된다. 이 때문에 일반병동에서 응급상황을 맞닥뜨린 저연차 전공의가 고연차와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워 환자 처치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이 졸속 운영되면서 전공의 수련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내과 전공의 중 91.7%는 "수련 교육의 질적 저하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2.9%는 "근무 시간이 증가했다"고 했다. 응답자들은 "감염내과 수련 과정에서 다양한 환자를 보면서 경험을 쌓아야 하지만, 주간에 코로나 병동 만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환자를 볼 기회가 적고, 구체적 지침이나 교육 없이 무작정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여한솔 대전협 회장은 “코로나19 병상을 확보하라는 정부의 갑작스런 행정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병원들이 충분한 정부 지원이나 대책없이 코로나 병상만 늘린 결과"라면서 "코로나 환자를 포함한 모든 환자의 안전과 내과 전공의들의 정상적인 수련 환경 마련을 위해 정부의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협은 코로나19 전담병원 운영이 장기화될 것을 고려해 내과 뿐 아니라 응급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전공의들의 민원을 접수해 추가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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