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그 후 2년]②커지는 피로감…방역 논란은 '진행 중'
진행 중인 소송만 9건…'방역의 사법화'
"기본권 제한 최소화해 '핀셋 적용'해야" 의견도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대형마트, 영화관, 미술관, 도서관, 학원 등에 적용되던 방역패스가 해제된 18일 서울시내 다중이용시설에 QR코드 체크인 및 방역패스 해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중구 서울도서관,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고양시 이마트트레이더스, 용산 CGV. 2022.01.18. [email protected]
최근 자영업자, 학부모단체, 학생들의 연이은 소송 제기로 '방역의 사법화'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면 시민의 정책 이행도도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K방역' 신화에서 '방역패스 소송전'으로
동시에 사적모임 인원제한과 영업시간 제한을 두 축으로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됐다. 백신 접종이 보편화되면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패스'도 도입됐다.
그러나 오랜 기간 실시된 고강도 거리두기에 뒤이은 방역패스에 확대로 시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방역패스가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화해 기본권을 제약한다는 이유다.
우리보다 앞서 방역패스를 시행한 서구 국가들이 초기부터 반발에 직면했던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비교적 순탄하게 접종이 진행됐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단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성인 10명 중 9명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음에도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위드 코로나'가 멈춰서자, 방역정책에 대한 저항이 본격화됐다. 손실을 감수하던 자영업자들은 영업제한에 반발해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시위에 나섰다.
백신 불안감이 남은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한 '청소년 방역패스'는 위헌소송과 행정소송에 휘말렸다. 법원이 정부 방역지침에 제동을 걸고, 정부가 불복해 즉시항고하는 등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자영업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자영업자 연대궐기에 참석해 손실보상 집행과 방역패스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2022.01.10. [email protected]
진행 중인 방역패스 소송만 9건…"1심 판결은 아직"
헌법소원은 ▲방역패스 전반에 대한 위헌확인 및 집행정지 신청(의사 등 1023인)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위헌 확인 및 집행정지 신청(개인 1인) ▲청소년 방역패스에 대한 위헌확인 및 집행정지 신청(청소년·학부모 등 157인) ▲방역패스 전반에 대한 위헌확인 및 집행정지 신청(고3학생·유튜버 등 452인) 4건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일 학원·스터디카페·독서실 3종 시설에서의 방역패스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14일에는 서울지역 12~18세 청소년에 대한 방역패스 확대를 잠정 정지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정부는 학원·스터디카페·독서실의 방역패스를 해제했지만, 청소년 방역패스 확대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18일부터는 박물관·미술관·과학관, 3000㎡ 이상백화점·대형마트, 영화관·공연장에 대한 방역패스도 해제했다.
현재는 ▲유흥시설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목욕장업 ▲경마·경륜·경정·카지노 ▲PC방 ▲식당·카페 ▲파티룸 ▲멀티방 ▲안마소·마사지업소 ▲(실내)스포츠 경기(관람)장 등 11종 시설에서 방역패스가 적용되고 있다.
정부가 청소년 방역패스 강행 의지를 밝히면서, 3월1일부터는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만 청소년 방역패스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서울지역 청소년 방역패스는 본안 소송 1심 선고 30일 후까지 효력이 정지됐다.
앞선 판결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것으로, 1심 선고는 언제 내려질지 불확실하다. 20일 법조계 인사는 "당장 2월에 법관 인사가 예정돼 있어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방역패스가 실시되는 3월 전에 결론이 나오긴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는 영업정지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은 오는 24일 자영업자 손실보상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로 해 추가 소송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기본권 침해 최소화해야…"강제보다 설득이 먼저"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3일 보고서에서 "방역패스 적용 시설 중 특히 학원, 독서실 등 청소년 교육과 관련된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이 헌법상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있다"며 "기본권을 보호하는 범위 내에서 방역패스를 핀셋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방역패스로 3차 접종을 강제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보다는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설득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는 2차 접종만으로는 막을 수 없고 3차 접종까지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방역패스는 필요한 정책이지만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하고, 형평성을 갖출 수 있도록 빠르게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도 "방역패스 지침을 정비해 시행하는 과학적인 근거는 무엇이고,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소통해야 한다"며 "방역패스 유효기간 설정처럼 압박하는 듯한 소통 태도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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