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정도전·연모도?…'태종이방원' 말 학대 윤석열도 쓴소리

등록 2022.01.23 10:15:5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낙마 동물학대 살상 행위 규탄 기자회견'을 하며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1.21.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낙마 동물학대 살상 행위 규탄 기자회견'을 하며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1.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KBS 1TV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의 말 학대 논란 관련 비판 목소리가 높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100여개 단체는 태종 이방원 외 '정도전'(2014) '연모'(2021) 등 다수의 KBS 드라마에서 동물학대가 이뤄졌다며 사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23일 KBS와 면담에서 제출할 9가지 요구사항을 공개했다. 이들은 26일 오후 1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시간 뒤 KBS별관에서 제작진과 면담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낙마 사건 관련 대책 9가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체는 "KBS는 태종 이방원 뿐 아니라 '정도전' '연모' '용의 눈물'(1996~1998) 등에서도 말을 고꾸라뜨리고, 살아있는 동물을 내동댕이치며 상해를 입히거나 죽이는 행위들이 촬영이라는 이름으로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것을 확인했다"며 "촬영장에서 이용된 동물들은 그 후 어떻게 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태종 이방원 촬영장에서 부상을 입고 1주일 후 죽은 말은 퇴역경주마 '까미'로 밝혀졌다. 현장에서 발생할 지 모를 사고를 대비해 수의사가 배치됐는지, 촬영장에 동물 안전 가이드라인이 있는지 등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국내 제작진·드라마·영화·배우협회 등이 협력, '동물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작성·이행하라고 덧붙였다.

단체는 "잔인하고 끔찍한 낙마 사건을 기획하고 연출한 책임자를 문책하고 사과해달라. 방송사와 제작진은 잘못을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며 "수많은 국민들에게 충격과 슬픔, 분노를 일으킨 책임을 져야 한다. 2회 결방에 그치지 말고 해당 드라마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태종 이방원' 말 학대 의혹 장면(사진=동물자유연대 SNS 캡처) 2022.01.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태종 이방원' 말 학대 의혹 장면(사진=동물자유연대 SNS 캡처) 2022.01.20. [email protected]


지난 1일 방송한 태종 이방원 7회에서는 '이성계'(김영철)가 말을 타고 가다가 낙마하는 장면이 나왔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촬영 당시 제작진은 말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넘어뜨렸다. 말은 몸에 큰 무리가 갈 정도로 심하게 고꾸라졌다. KBS는 20일 "태종 이방원 촬영 중 벌어진 사고에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사과드린다"며 "안타깝게도 촬영 후 1주일쯤 뒤 말이 사망했다.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22~23일 편성한 태종 이방원 13·14회는 결방할 예정이다. KBS 홈페이지에서 태종 이방원 7회 다시보기 서비스도 중단했지만, 비판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동물자유연대는 21일 KBS 등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태종 이방원을 연출한 김형일 PD, 이훈희 KBS 제작2본부장, 제작사 황의경 몬스터유니온 대표 등도 포함했다. 동물자유연대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린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이틀 만인 23일 오전 9시 기준 12만8000여 명이 동의했다.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K** 드라마 연재를 중지하고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도 동의수 6만2000명을 넘었다. 태종 이방원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 중단·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졌다.

문화·정치계 인사들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룹 '소녀시대' 태연은 22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영상을 보기 힘들 정도로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 그리고 화가 난다"고 남겼다. "요즘 같은 세상에 저런 식의 촬영 진행을 하다니.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이건 너무 끔찍한 짓"이라며 "저 말에게 곧바로 달려가 상태를 확인해 주는 사람은 있었나? 도대체 누구의 발상인가. 저런 말도 안 되는 식의 촬영 진행은..."이라고 비판했다. 배우 유연석도 이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태종이방원 촬영장 영상을 캡처해 올렸다. "더 이상 돈과 시간에 쫓겨 동물들이 희생당하는 촬영 현장은 없어야 한다"며 "액션 배우의 안전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적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페이스북에 "만약 말 다리에 줄을 묶어 강제로 넘어뜨리는 등의 과도한 관행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개선하고 선진화된 촬영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생명보다 중요한 건 없다. 사람과 동물 모두가 안전한 제작 환경을 만드는 것에 공영방송이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성악가 조수미는 SNS에 '태종 이방원 학대당한 말 결국 사망에 대한 나의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동물에게 잔인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며 그 사람의 인성은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알수 있다'라고 오스카 와일드는 말했다. 살면서 내가 경험했던 그대로를 반영한 명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썼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