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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 퍼진 불법촬영물 삭제"…대선후보들도 한 목소리

등록 2022.03.05 14:00:00수정 2022.03.05 1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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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수사과정' 李 '사후지원'에 집중

피해자 지원센터 확대, 예산이 문제

불법촬영물 삭제 강제할 근거도 미비

"온라인에 퍼진 불법촬영물 삭제"…대선후보들도 한 목소리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일상을 파괴하는 디지털성범죄를 근절하고 불안을 해소하겠습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의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겠습니다."

각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공약이다. 두 후보는 젠더문제에서 첨예한 입장차를 보였지만 '디지털성범죄 지원'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여성공약의 일환으로 피해자 지원책을 내놨다. 2019년 이른바 'n번방 사건' 공론화로 불법촬영물 피해자에 대한 지원에 국가 역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성착취물·불법촬영물 유통으로 대표되는 디지털성범죄는 온라인에 한 번 영상이 퍼지면 반복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빠른 영상물 삭제가 피해 회복에 필수적이다.

尹 '수사과정' 李 '사후지원'에 집중

여야 후보들의 공약은 큰 틀에서 ▲디지털 성범죄 수사 강화 ▲영상물 삭제 등 피해자 지원 확대로 요약된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촬영물 삭제를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세부공약에서는 차이가 엿보인다. 윤석열 후보는 비교적 '수사 과정'에 중점을 뒀다.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위장수사를 전면 확대하고, 앱 실명 인증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찰의 위장수사는 지난해 9월부터 허용돼 실시 중이다. 불법촬영 피해는 전 연령대에서 발생하는 만큼 위장수사를 디지털 성범죄 전체에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피의자 적발을 위해 앱 실명 가입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재명·심상정 후보는 '사후지원'에 집중한 모양새다. 디지털 성범죄로 벌어들인 범죄수익을 전면 몰수하고, 영상물이 유통되는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성착취물 선제적 삭제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방안을 담았다. 아울러 딥페이크 기술로 제작된 영상에 '표시의무제'를 도입하는 내용과 함께 범죄 악용 우려가 있는 변형카메라 관리제 및 인력관리 시스템 구축도 약속했다.

심 후보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불법촬영물을 신속하게 삭제할 수 있도록 '삭제전담반'을 확대하도록 하는 점이 눈에 띈다.

[서울=뉴시스]디지털 성범죄 관련 대선 공약(왼쪽부터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후보순)

[서울=뉴시스]디지털 성범죄 관련 대선 공약(왼쪽부터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후보순)


피해자 지원센터 인력 대부분 비정규직…관건은 예산

관건은 예산이다. 지금도 늘어나는 디지털성범죄를 지원인력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실에 따르면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의 지원 건수는 설립 첫해인 2018년 3만3921건, 2019년 10만1378건, 2020년 17만697건으로 2년 만에 5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영상물 삭제에 대한 지원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n번방 사건' 영향으로 2020년 67명까지 늘었던 인력이 지난해 39명으로 줄었다. 올해도 동일한 인력 규모가 유지돼 39명이 18만건에 달하는 영상물을 삭제해야 할 전망이다.

지원센터 인력 39명 중 22명이 8개월짜리 기간제로, 피해자 지원에 공백이 불가피하다. 여가부는 "정규직 인력 증원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예산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박성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 삭제지원팀장은 "2020년부터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고유사업으로 전환돼서 정규 인력이 편성됐다"며 "확보된 예산 내에서 순차적으로 정규직화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예산은 2019년 16억6200만원, 2020년 18억5700만원, 지난해 21억4500만원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21억4200만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광역별(이재명) 또는 지자체별(윤석열)로 확대하려면 큰 규모의 예산 증액이 불가피하다. 국회에서 관련 예산 증액에 소극적이었던 정당들이 대선 이후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2020.05.20.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20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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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 강제 삭제할 법적 근거도 필요

불법촬영물을 강제로 삭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도 지적된다.

지원센터는 불법촬영물이 유포된 사이트에서 영상물을 직접 삭제할 수 없다. 대신 유포 범위를 파악해 인터넷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을 요청할 수 있다.

박 팀장은 "현재 피해자가 영상물 삭제를 요청하면 사이트에 삭제 요청을 하고 있다. 사이트가 삭제를 거부하면 수사를 의뢰하거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국내라도 차단하는 식으로 공조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불법촬영물 삭제와 관련한 근본적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집에 명시한 후보는 없었다.

현재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대한 삭제만 법에 반영돼있는 상황이다. 정회진 여가부 권익침해과장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대해서는 요청이 없어도 선제적으로 삭제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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