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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때문에…유럽내 중립국들 '중립 지위' 폐기 논의 후끈

등록 2022.04.04 16:30:39수정 2022.04.04 17: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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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정도는 달라도 유럽내 6개국 중립국 지위 놓고 내부 논쟁"

핀란드·스웨덴, 우크라 침공 직후 나토 가입 선호로 여론 변화

아일랜드 거의 절반 "80년간 이어진 중립개념 시대 뒤떨어져"

오스트리아·스위스도 EU 신속대응군 합류 의향 밝힌 바 있어

[서울=뉴시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들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응해 동유럽 연합국에서 방위력을 강화하고 핵·생화학 무기 위협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회의 후 별도의 성명에서 나토가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에 4개의 새로운 전투 부대를 창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들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응해 동유럽 연합국에서 방위력을 강화하고 핵·생화학 무기 위협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회의 후 별도의 성명에서 나토가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에 4개의 새로운 전투 부대를 창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우크라이나 중립화가 양국간 휴전 협상 카드로 거론되면서 유럽내에서 중립국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오랫동안 중립국을 유지해온 국가들에서 이제는 중립국 지위를 버릴 때가 됐는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정도는 다르지만, 유럽의 6개국이 현재 이 같은 입장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냉전 기간 동안 중립을 유지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합류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몰타는 헌법에 중립국화가 명시돼 있다. 아일랜드와 스위스는 중립국화를 외교의 초석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중립국들 내에서 여론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처음으로 대다수 핀란드인과 스웨덴인들이 나토 가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일랜드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지만, 지난 3월말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48%가 나토 가입에 찬성했다. 또 아일랜드 군대가 미래에 유럽연합(EU) 군대에 복무해야 하는지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면 응답자의 46%는 찬성에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2월에 실시한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거의 절반이 80년 동안 이어져 온 중립 개념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하기도 했다.

이에 중립국 정치 지도자들은 여론 추이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

몰타에선 러시아 침공 2주 전 여론조사 결과 3명 중 2명은 중립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현재 정책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는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EU 국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고, 오스트리아와 아일랜드는 국제 위기에 개입하기 위해 제안된 5000명의 강력한 EU 신속 대응군에 합류할 의향을 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사이먼 코브니 아일랜드 외교·국방장관은 국가안보 태세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촉구했다. 그는 하지만 더블린에 있는 국제 및 유럽 문제 연구소 최근 세미나에서는 "아일랜드가 조만간(서둘러) 나토에 가입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엔 평화 유지 임무에 참여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방탄조끼와 연료 같은 치명적이지 않은 구호품을 공급하고 있는 아일랜드는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위스도 비슷한 노선을 걷고 있다. 은행을 통한 재산 은닉으로 잘 알려져 있는 스위스는 그동안 러시아 정치인과 재벌들의 재산을 숨기기 좋은 곳이다. 하지만 스위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나토 회원국도, EU 회원국도 아니면서 EU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223명의 러시아인들과 연계된 계좌를 이미 동결했다.

이로 인해 현재 스위스 정부는 최대 정당인 우익 포퓰리스트 SVP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SVP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들 중 한명인 억만장자 의원 크리스토퍼 블로허는 현지 매체인 NZZ에 스위스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전쟁의 당사자가 됐다. 세상이 나빠질수록 중립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그나지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은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스위스가 역사적 중립을 포기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오스트리아는 1950년대부터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유지한 유럽 국가들 중 하나다. 오스트리아의 "영구적 중립" 원칙은 1955년 이후 헌법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오스트리아 정부의 움직임을 두고 내부적으로 비판이 적지 않다. 지난 3월말 오스트리아 제3의 정당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와 오랜 관계를 맺고 있는 포퓰리스트 자유당(FPO)은 러시아에 대한 EU 제재 해제를 포함해 오스트리아 중립 복원 5대 계획을 요구했다.

오스트리아 최대 야당인 사회민주당도 지난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오스트리아 의회 연설을 반대하기 위해 FPO와 힘을 합치기도 했다.

지리적으로 스웨덴과 핀란드는 더 긴급하다. 양국은 나토와 정기적으로 군사훈련을 하고 있으며, 1995년 EU에 가입하면서 중립이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EU 리스본 조약 42조 7항은 EU 상호방위조약으로, 한 회원국이 자국 영토에서 무장 공격으로 희생자가 발생하면 여타 회원국들이 구호와 지원에 나설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토 헌장 5조의 약한 형태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 국가들이 나토 동맹에 합류할 경우 "심각한 군사적, 정치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은 현재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나토 가입을 신청할 수도 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우리는 중립이 아니며 군사적으로 비동맹이라는 점을 지적했다…중립은 오래된 표현이며 더 이상 핀란드에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의 EU) 회원 자격과 나토와의 강화된 파트너십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역의 한 EU 외교관은 "(핀란드는) 이미 80%가 나토 회원국이다. 하지만 마지막 20%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들까지 국방정책을 재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유럽의 분위기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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