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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100주년]④"어린이들 행복하게 노키즈존을 없애요"

등록 2022.05.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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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카페에 번지는 '노키즈존'…"부정적 낙인"

"나이 이유 비합리적 차별"…반대 목소리 늘어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어린이가 4일 서울 영등포 국회 앞에서 열린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해 노키즈존 반대 문구가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있다. 2022.05.04.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어린이가 4일 서울 영등포 국회 앞에서 열린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해 노키즈존 반대 문구가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있다. 2022.05.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어린이날이 10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영유아와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막는 이른바 '노키즈존'이 차별행위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영업자와 성인 고객의 편의만을 고려해 어린이와 그 동반자를 배제하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이다. 여전히 사회적으로 노키즈존이 사업주의 자율권이라는 인식이 우세한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5일 요식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어린이와 그 동반자의 출입을 제한하는 업장이 유명 식당이나 카페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사업주들은 행동 조절이 미숙한 어린 아동들이 성인 손님을 방해할 가능성이 크고, 업장 내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어린 아동들과 일부 시민들은 노키즈존이 배제와 차별이라고 비판한다.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하는 어린이도 성인과 같은 고객이고,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는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반론이다.

김모(29)씨는 최근 5살 조카와 서울의 한 유명 카페를 찾았다가 '노키즈존'에 가로막혀 발걸음을 돌렸다. 김씨는 "조용한 실내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노키즈존으로 운영한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시끄럽게 떠드는 성인들도 많았는데 속상했다"고 토로했다.

어린아이들이 실내에서 위험 상황을 유발할 가능성이 성인보다 높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발이 적지 않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하모씨(28)는 "소비력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한 아이는 사회가 키우는 것이라는 말처럼 모두가 아이로 인한 불편함은 어른들이 참고, 눈감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8살 조카를 둔 박모(26)씨는 "우리가 보호해야 할 대상을 불편하다는 이유로 배제하면 노시니어존, 노장애인존 같은 장소가 생길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결혼을 앞둔 서모(30)씨는 "국가적으로 저출생 현상이 심각하다며 아이를 낳으라고 하면서, 정작 아이를 키울 환경은 만들어주지 않는다"며 "노키즈존 조성은 그 자체로 아이들과 부모에게 부정적인 낙인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유명 맛집이나 식당을 찾았다가 노키즈존이라 헛걸음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반발한 네티즌들은 노키즈존 운영 사업장 목록을 직접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어린이가 4일 서울 영등포 국회 앞에서 열린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해 노키즈존 반대 문구가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있다. 2022.05.04.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어린이가 4일 서울 영등포 국회 앞에서 열린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해 노키즈존 반대 문구가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있다. 2022.05.04. [email protected]

다만 아직 상당수 시민이나 자영업자들은 이 같은 인식에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업장 운영은 전적으로 사업주의 자율권이며, 성인 고객을 위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한국리서치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가운데 71%가 '업장 주인의 자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노키즈존을 허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어린이와 어린이 동반 손님을 차별하는 행위이므로 허용할 수 없다'는 응답은 17%에 그쳤다(모르겠다 11%). 노키즈존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 우세했던 셈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노키즈존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버릇없이 키워서 업소를 소란하게 해 나온 업주들의 궁여지책"이라며 "아이들 인권도 있으니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타인을 배려하고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생활 규범을 습득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찍이 유엔(UN) 아동권리위원회는 노키즈존 논란이 촉발된 지난 2013년 "아동은 사회적 배제 편견 또는 차별로부터 자유를 보장받아야 하는데 세계 곳곳의 공공장소에 대한 상업화가 심화되면서 아동에 대한 관용이 줄어들고 아동은 '문젯거리'라는 인식이 형성된다"는 우려를 내놨다.

지난 2017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한 음식점이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데 대해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아동과 보호자의 식당 이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일부의 사례를 객관적,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이라며 시정을 권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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