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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 버텨냈지만…높은 복귀장벽, 지원은 부족

등록 2022.06.09 17:23:43수정 2022.06.10 10: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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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경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여전

치료 후 직장복귀해도 부정적 시선도

'사회복귀 가능하다' 공감대 형성해야

재취업·취업지원 프로그램 확대 필요

[서울=뉴시스]암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며느라기 수신지 작가의 웹툰. (자료= 대한암협회 제공) 2022.06.09

[서울=뉴시스]암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며느라기 수신지 작가의 웹툰. (자료= 대한암협회 제공) 2022.06.09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 A씨는 고3 때부터 암 투병을 하느라 26살이 되던 지난해가 되어서야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서 국내 연구원에서 보조 연구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쉽진 않지만 대학 졸업과 일,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주변에서 '괜찮겠어?, '힘들지 않겠어?'라면서 걱정하는 이들도 있지만 건강을 지키면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싶다.

횡문근육종을 앓은 암 생존자(경험자)의 실제 사례다. 매년 6월 첫째 주는 암 치료 후 암 경험자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국립암센터와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암 생존자 주간'이다. 복지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암을 진단받고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사람은 215만 명이다. 이 중 의학기술의 발달로 암 발병 후 5년 이상 생존하는 비율은 70%를 넘어섰다. 하지만 암 생존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아직 넘어야 할 '장벽'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암을 진단받으면 무조건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암을 진단받았다고 해서 일을 꼭 그만둬야 한다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면서 암 치료를 받고 있고, 암 치료 후 일터로 복귀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치료 중 일을 계속해도 되는지, 치료 후 언제 복귀하는 것이 좋을지 등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는 게 좋다.

암 경험자가 치료가 끝난 후 직장에 복귀하면 '예전보다 쉽게 지치고 피곤해 업무를 감당하기 힘들지 않을까', '이전처럼 성과를 내지 못할 것 같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하지만 암을 치료한 후 일을 다시 시작했다는 이유 만으로 암이 재발되기 쉬운 것은 아니다.

암이 재발할 확률은 예측하기 어렵다. 개인의 건강상태, 생활환경, 암의 종류, 진행정도 등에 따라 달라져서다. 재발확률이 낮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암 경험자가 암이 아닌 현재의 삶에 집중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유해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빠른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일터에서 일에 집중하다 보면 스스로 암 환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오히려 삶에 충실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분 섭취 등을 통해 피로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윤주 중앙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전임연구원은 "암 생존자들의 욕구를 파악해 본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기적 생존단계에서는 노동 참여, 사회복귀 지원에 대한 욕구가 컸다"면서 "질병을 지닌 이들의 노동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 누구나 아플 수 있고 아프더라도 다시 사회로 복귀해 일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 마련된 청년활력소에서 관계자가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12월 1일 문을 여는 청년활력소는 평일 9시부터 18시까지 운영되며 서울시 일자리포털에서 사전예약을 통해 1인당 주1회, 3시간 동안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화상면접, 자기소개서 영상 촬영·제작을 지원하며 전문적인 상담인력도 상주시켜 청년 구직자들의 취업 컨설팅도 지원한다. 2021.11.30.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 마련된 청년활력소에서 관계자가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12월 1일 문을 여는 청년활력소는 평일 9시부터 18시까지 운영되며 서울시 일자리포털에서 사전예약을 통해 1인당 주1회, 3시간 동안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화상면접, 자기소개서 영상 촬영·제작을 지원하며 전문적인 상담인력도 상주시켜 청년 구직자들의 취업 컨설팅도 지원한다. 2021.11.30. [email protected]

암 경험자가 외식을 해도 되는지, 회식에 참여해도 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암을 치료 중이라도 기저질환과 상태에 따라 치료식을 먹어야 할 때, 백혈구 중 특히 호중구(혈액 내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우리 몸을 공격할 때 세균을 파괴하고 방어하는 첫번째 방어선) 수치가 떨어졌을 때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외식을 할 수 있다. 다만 한정식이나 비빔밥처럼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된 음식을 고르는 게 좋다.

암을 어렵사리 치료해도 이후 사회복귀 자체가 쉽지 않은 것도 암 경험자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6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은 그림작가 조연우씨(닉네임 에피)는 '암 경험자 주간'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한 유튜브 생방송에 출연해 "20대 후반 암에 걸려 치료한 후 취업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했고, 너무 속상해 많이 울었다"고 고백했다. 또 "30대 초반 해외에서 근무할 기회가 생겨 너무 좋았다"면서 "하지만 암 경험자는 완치 판정을 받기 전에는 해외장기체류 보험에 가입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고, 또 호르몬 주사를 한 달에 한 번 맞아야 하는데 해외에서 가능한지 물어봐도 주변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질병을 마주하더라도 부담 없이 치료에 집중하고, 치료를 마치면 다시 일상에 복귀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 연구원은 "기존 병가제도를 실효성 있게 개선하고,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조해 암 생존자, 특히 여성의 재취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면서 "현재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암 생존자 지원 프로그램도 청년층 특화 프로그램, 취업지원을 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3년간 일을 하다가 암 진단을 받은 19~50세 신규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암인 유방암과 자궁경부암 경험자의 실직 위험이 모든 암 경험자 중 가장 높았고, 복귀율도 가장 낮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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