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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광고로 뜬 '지그재그', 나이키 브랜딩 전략으로 다시 뜬다

등록 2022.09.0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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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 브랜드 리뉴얼 이끈 심준용 크리에이티브 부문장 인터뷰

브랜딩 성공 법칙은 '일관성', '지속성'

"스타일에 대한 영감 주고, 스타일 발견 돕는다"


[서울=뉴시스] 박미선 기자=심준용 카카오스타일 크리에이티브 부문장이 지난달 29일 강남구 지그재그 본사에서 뉴시스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미선 기자=심준용 카카오스타일 크리에이티브 부문장이 지난달 29일 강남구 지그재그 본사에서 뉴시스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모든 운동선수에게 영감과 혁신을 준다.” 나이키가 추구하는 정체성이다. 여느 운동화가 지닐 법한 지극히 무난한 정체성이지만, 나이키는 이를 꾸준하고 일관성 있게 전달한 끝에 전 세계 소비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지그재그는 올해 초 심준용(41) 카카오스타일 크리에이티브 부문장을 영입해 흩어져 있던 브랜드 정체성을 전격 개편했다.

‘영감’과 ‘발견’을 정체성 키워드로 삼고, "지그재그에 가면 스타일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고, 원하는 스타일도 발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꾸준하고 일관성 있게 전달하고자 한다.

지그재그는 이를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앱 내에 콘텐츠 전용 탭인 ‘발견’을 신설했다. 누구나 새로운 트렌드, 스타일, 아이템을 발견하고 영감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매거진 형식으로 스타일을 추천하고 소개한다. 스타일 추천은 소비자가 주로 찾고 구매하는 아이템을 분석한 개인화 형태로 이뤄진다.

그러나 스타일 추천과 개인화는 혁신적이거나 새로운 정체성은 아니다. 지그재그뿐 아니라 패션 플랫폼 어디든 추구하는 정체성으로, 무신사 등 이미 잘 구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도 적지 않다.

이처럼 뻔하고 무난한 브랜드 정체성을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을까. 심 부문장은 이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패션 플랫폼만이 무신사, 브랜디,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 패션 플랫폼 전성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정체성 없던 '지그재그', 윤여정 광고로 떴지만...

미국 아트센터칼리지오브디자인(ACCD)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심 부문장은 구글·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다수의 서비스를 브랜딩하고 캠페인을 이끈 인물이다.

그에게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생소할 뿐 아니라 딱히 와 닿는 정체성도 없었다. 심 부문장은 지난달 31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쇼핑 플랫폼인 지그재그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망설였다"면서도 "윤여정 배우 광고에서 ‘네 맘대로 해’라는 좋은 메시지를 잘 전달해놓고 일관되게 끌고가지 못해 아쉬웠다. 브랜드 정체성을 제대로 끌고가고 싶다는 생각에 회사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5년 쇼핑몰 즐겨찾기 앱으로 시작한 지그재그는 2019년 통합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며 국내 1위 여성 패션 커머스 플랫폼으로 입지를 굳혔다. 원하는 상품을 쉽고 빠르게 찾아주는 편리한 서비스에서 나아가 마음껏 놀고 찾고 산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광고 하나로 인지도를 확 키웠다.

배우 윤여정은 지난해 지그재그 광고 모델로 활동하며 ‘니들 마음대로 사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패션이든 인생이든 자신에게 무엇이 어울리는지 직접 시도하며 시행착오를 겪어야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은 공개 이틀 만에 100만 뷰를 달성할 만큼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한방의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심 부문장은 “브랜드는 몇십 년을 같은 목소리로 소비자에게 이야기해야 회사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켜켜이 쌓이는 것인데 윤여정 광고는 일회성이었다"며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 상품에 대한 이야기, 사업 방향 모두 일관성 있게 꾸준히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들 마음대로 사세요’라는 메시지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지그재그가 추구하는 정체성, 즉 새로운 스타일에 대한 영감을 떠올리고,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를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전하는 것이 이번 브랜드 리뉴얼의 목표다.

심 부문장은 “모든 브랜드가 정체성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패션에서는 정체성이 중요하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이 패션이기 때문에 스스로 뭘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패션을 제안하고 추천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패션 플랫폼 시장은 너무나 경쟁이 치열하고, 이미 사업을 잘 이끌고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시장인 만큼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타일의 발견을 돕는다" 지그재그 브랜드 리뉴얼 목표는 '지속성'과 '일관성'

지그재그가 추구하는 정체성은 뚜렷하지만, 이를 어떻게 끌고갈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성은 아직 찾는 중이다. 우선은 다양성을 존중하며 스타일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다양한 셀러를 영입하고 카테고리를 확장하려 한다.

국내 패션 플랫폼 중 가장 다양한 셀렉션을 보유한 지그재그는 6000여 개의 패션 쇼핑몰이 입점해 있고, 3000개 이상의 브랜드 상품을 판매 중이다. 동대문 기반 패션에서 나아가 지난해 3월에는 브랜드 상품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했고, 올해 4월에는 화장품, 지난달에는 라이프스타일로 더욱 볼륨을 키웠다. 지그재그는 패션, 화장품, 라이프스타일 분야를 통틀어 1만개 이상의 브랜드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그재그의 정체성과 맞는 다양한 인물에 대한 스토리를 볼거리로 제공해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고, 삶을 개척하는 지그재그만의 철학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아울러 셀럽의 스타일을 탐구해 스스로의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추후에는 소비자, 셀러, 지그재그가 서로간 팔로워하며 소통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장치를 앱 내에 추가할 예정이다.

심 부문장은 "당장 매출을 끌어올리려면 공격적인 광고가 효과적일 수 있겠지만, 브랜드 정체성을 일관성 있고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며 "처음부터 광고로 이목을 끌기보다 이번 리뉴얼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보며 메시지를 차근차근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전략가인 심 부분장이 인터뷰 중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일관성'과 '지속성'이었다.

이에 가치를 두고 정체성을 적립한 지그재그는 브랜드를 일관성 있고 지속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 크리에이티브 부문 인력을 올해 초 대비 2배 이상 확대해 30여 명으로 늘렸다. 사용자 이용의 편리성을 위해 인터렉션 디자이너, 모션 디자이너 등 직무도 신설했다.

심 부문장은 "사명 지그재그는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며 "지그재그처럼 왔다갔다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나누고 소통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브랜드 정체성을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끌고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인재들이 회사에 지원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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