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안심전환대출 접수 시작…일대 혼란 재연되나
신청한도 초과시 저가주택 순으로 선정
서울·수도권 등 불리…역차별 논란 재연 우려도
채권시장 불안 우려…대출금리 끌어올리나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5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와 국민·신한·농협·우리·하나·기업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을 통해 시가 4억원 이하 1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시작된다.
금융권에서는 앞서 2015년과 2019년 진행된 1·2차 안심전환대출 신청 당시 극심한 혼잡이 빚어져 비판이 제기됐던 만큼,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지난 2019년 2차 신청 당시 온라인 신청접수를 받은 주금공 홈페이지는 사실상 마비에 가까울 정도로 신청자가 몰렸다. 주금공이 서버도 확충하고 홈페이지를 변경하며 대비에 나섰지만, 신청자가 급격하게 몰리면서 홈페이지 접속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신청 과정 뿐 아니라 심사 과정도 혼란 그 자체였다. 2019년 9월16~29일 진행된 접수 결과 총 73조9253억원(63만4875건)의 신청건수가 몰렸다. 이는 공급한도인 20조원의 3.7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신청 물량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폭주하면서 당초 연내 대상자 심사를 완료하고 대환을 실시하려던 일정도 지연됐었다. 신청금액이 공급한도를 크게 뛰어넘으면서 심사 관련 업무량이 감당 불가한 수준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신청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주택가격별 순차접수를 받고,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른 요일제를 적용해 신청시기를 분산했다.
안심전환대출 신청일은 주택가격 구간과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다르다. 주택 가격 3억원 이하 차주는 9월15~28일, 주택 가격 4억원 이하 차주는 10월6~13일 신청할 수 있다. 또 3억원 이하 차주는 9월 29·30일, 4억원 이하 차주는 10월 14·17일에 출생연도와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다.
신청·접수처도 기존 주담대 금융기관에 따라 다르게 받도록 분산시켰다. 6대 시중은행 주담대 차주는 해당 은행 영업점·온라인에서 신청·접수할 수 있고, 그 외 은행과 저축은행, 상호금융, 보험사 등 제2금융권 주담대 차주는 주금공 홈페이지·모바일앱을 통해 신청·접수할 수 있다.
주금공 관계자는 "안심대출 신청접수 혼란 및 혼잡을 예방하기 위해 이번엔 주택가격별 순차접수,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른 요일제를 적용해 신청시기를 분산했다"며 "또 6대 은행이 신청접수에 참여해 시청채널도 다각화됐다"고 설명했다.
주금공은 신청 접수에 앞서 서버 용량도 확충했고, 콜센터 인력도 보강한 상태다. 앞서 주금공이 지난 8월17일부터 운영한 사전안내 인터넷 사이트 방문자가 지난 5일 기준 약 34만7000명에 이를 정도로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 영업점에 마련된 '서민형 안심전환 대출' 전담창구에 은행직원들이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 금리변동 위험이 있는 주택담보대출을 연 1%대 장기·고정금리 대촐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16일부터 29일까지 2주간 접수 후 10월부터 공급한다. 신청금액이 20조원을 초과할 경우 주택가격이 낮은 순으로 대상자를 선정한다. 2019.09.16. [email protected]
시중은행들도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직접 영업점에 방문하지 않고도 모바일을 통해 신청할 수 있도록 비대면 채널을 마련했다.
우리은행은 신청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우리원더랜드' 앱에 공동인증서 없이 회원가입 후 주택가격 및 금리 비교를 통해 대상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전환 대상인 경우 '우리WON뱅킹'으로 연동돼 편리하게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특히 담보물에 설정돼 있는 근저당권을 다시 사용하거나 담보물이 부부 공동명의인 경우에도 전자등기를 통해 담보제공자가 영업점에 방문하는 번거로움 없이 신청 가능하다. 대출 신청 고객의 편리한 이용을 위해 전용 안내전화와 메일 문의 서비스도 운영한다.
신한은행도 안심전환대출 고객 상담에 음성봇 '쏠리'와 챗봇 '오로라'를 통한 24시간 인공지능(AI) 상담 활용을 준비 중이다.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되면 AI를 통해 상담은 물론 대출신청까지 가능하다. KB국민은행도 안심전환대출 상담에 대기 없이 상담 가능한 콜봇 서비스(Talk Talk)를 적용한다. 고객이 고객센터에 안심전환대출 관련 문의를 했을 때 상담원 대기시간 없이 즉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한편 안심전환대출은 대상은 올해 8월16일까지 제1금융권·2금융권에서 취급된 변동금리 또는 준고정금리 주담대다. 만기가 5년 이상이면서 만기까지 금리가 완전히 고정돼 있는 주담대와 보금자리론·적격대출·디딤돌대출 등 정책모기지는 제외된다.
부부합산소득 7000만원 이하, 주택 가격(시세 기준) 4억원 이하인 1주택자라면 신청할 수 있다. 신청접수시 해당 주택의 시가(KB시세·한국부동산원 시세)를 우선 이용하되, 시세가 없는 경우 공시가격과 현실화율을 활용한다.
대출한도는 기존대출 범위 내 최대 2억5000만원이며, 안심전환대출 대환을 위해 기존 주담대를 해지할 경우 금융기관의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일괄 적용하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적용되지 않는다.
만기는 10·15·20·30년 총 4가지로 운영된다. 적용금리는 보금자리론 금리 대비 0.45%포인트, 저소득 청년층은 0.55%포인트 인하된 수준이다. 따라서 3.80~4.00%가 적용되며, 단 저소득 6000만원 이하·만 39세 이하 저소득 청년층은 3.70~3.90%가 적용된다. 만기까지 고정금리로, 향후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원리금은 동일하다.
서울·수도권 신청자 역차별 논란…채권시장 불안 우려도
2019년 신청 당시에도 신청액이 한도를 훌쩍 넘어서자 결국 주택가격이 낮은 순으로 대상자를 선정했었는데, 당시 최종 주택가격 커트라인(상한)은 2억7000만원 수준에 불과해 서울과 경기 등 집값이 높은 지역 신청자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이 높았었다.
이번 역시 금융당국은 신청·접수 물량이 25조원을 넘어설 경우 주택가격이 낮은 순으로 선정한다는 방침이어, 이 같은 역차별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가뜩이나 2019년 보다도 전반적으로 주택가격이 더 높아지고 서울과 지방간 집값 양극화가 더 커진 상황이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신청자들이 불리할 것이란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아울러 안심전환대출이 채권금리를 끌어올려 시장금리를 급등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안심전환대출 재원 마련을 위한 25조원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국채 금리가 올라 결국 시장금리 급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이 경우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일반 대출자들에 고금리 피해가 고스란히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1·2차 안심전환대출 출시 당사에도 수십조원대 MBS가 발행돼 국내 채권시장 금리가 급등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국고채 발행규모·시기 등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으며, 최근 한국은행이 주금공이 발행하는 MBS를 공개시장운영 대상 증권으로 열어 수급 여건이 한은을 통해서 나아질 수 있다"며 "또 내년 해외 커버드본드(MBB) 발행 여력을 확대, 은행권 MBS 매입 유도 등으로 국고채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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