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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손배소 정부 첫 실태조사…'노란봉투법' 해석 제각각

등록 2022.10.09 11:00:00수정 2022.10.09 11: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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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상대 손배소 실태조사 결과에 여야 해석 분분

'노란봉투법 입법' 野 "무분별한 손배소 남용 확인"

'불법파업 조장법' 與 "손배소 대상 94% 민주노총"

고용장관, 신중론 거듭 확인…입법 논의 진통 예상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10.05.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10.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관련한 국회 논의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실시한 노동조합 대상 손해배상 소송(손배소) 첫 실태조사 결과를 놓고 여야의 해석과 셈법이 분분하다.

이번 정기국회 내 반드시 입법을 완수하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기업의 무분별한 손배소 남용이 확인된 조사라며 노란봉투법 당위성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손배소 대상의 94%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라는 점을 근거로 불법 파업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입법 논의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9일 정치권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고용부가 손배소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여야의 샅바 싸움은 한층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4일 고용부는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기업과 국가 등이 노조와 간부, 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불법 쟁의행위 등 손배소 및 가압류 사건에 대한 1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노란봉투법 입법 논의에 앞서 손배소 및 가압류 사건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자 실시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을 계기로 입법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은 노란봉투법은 파업에 나선 노동자에게 손배소와 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안을 일컫는다.

'근로자'와 '사용자'의 정의, 노동쟁의 행위의 개념을 확대해 합법 파업의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쟁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무제한의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4년간 청구된 손배소는 모두 151건(73개소), 청구액은 총 2752억700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판결이 선고(2·3심 진행 포함)된 73건 중 인용된 사건은 49건이었으며, 상급 단체별로는 민주노총을 상대로 제기된 사건이 142건으로 전체(151건)의 94%를 차지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지난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2022.10.05.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지난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2022.10.05. [email protected]

고용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별도의 설명이나 의미는 부여하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특정 의미보다는 실태 자체를 조사해 국회의 심도있는 논의를 돕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첫 실태조사 결과인 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의 고용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발표되면서 지난 5일 열린 국감에서는 여야가 이에 대한 상반된 해석을 내놓으며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청구액이 2800억원에 달하는 점을 들며 "천문학적 액수라는 점에서 과연 노조나 노동자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인가. 손배소 문제에 대해 크게 한 번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손봐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수진 비례대표 의원은 "손배가 최종 인용된 경우는 38건, 275억원으로 선고 건수 대비 25.2%, 청구 금액 대비 10%에 불과했다"며 "사용자들의 손배소 남용이 확인된 자료"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용자들의 무분별한 손배 청구를 방지하고, 원청이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정부 차원에서 공언한 것"이라며 "손배 가압류 폭탄 방지법의 필요성이 확인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 역시 "(손배 청구 중) 인용되는 부분은 10~20%가 대체적"이라며 "그럼에도 기업이 손배소에 매달리는 것은 배상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권 봉쇄에 방점이 있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반면 노란봉투법을 '불법파업 조장법'으로 규정하는 여당은 민주노총이 손배소 대상의 94%라며 야당의 주장에 맞섰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노조가 갈수록 과격해지고, 파업 현장이 완전히 폭력과 파괴로 얼룩져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손배 가압류를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을 어떻게 규율해 나가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노란봉투법은 결국 민노총 소속의 몇몇 회사들에 대한 방탄법"이라며 "분명히 말하지만 이 부분을 이렇게 해결해선 안 된다. 이것은 불법 파업을 조장할 뿐이기 때문에 저는 분명히 이 법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공동취재사진) 2022.07.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공동취재사진) 2022.07.27. [email protected]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도 노란봉투법에 대해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손배나 가압류를 제한한다면 쟁의 형태가 훨씬 다양해지고, 산업 현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정부는 일단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국감에서 "워낙 노사 관계가 다층, 복잡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법원에 의해 (손배소가) 상식적으로 걸러지는 과정이라 보고 있다"고 했다. 비상식적인 청구는 걸러지고 불법 행위만 법원의 심판을 받고 있어 무분별한 청구 등 야당의 우려는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이 장관은 특히 "이게 대부분의 노사관계 현상은 아니다"면서 "일부 거대 노조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노란봉투법으로) 접근한다는 듯한 부정적 여론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지난달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위헌 논란 소지가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노조법 한 두개만 건드려서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신중론을 거듭 확인했다.

여야가 실태조사 결과를 각자의 입맛에 맞게 해석하며 팽팽히 맞서면서 노란봉투법 관련 논의는 갈수록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사자인 노사 간 이견이 큰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 없는 입법은 거센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

여당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할 경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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