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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준형 오아시스마켓 대표 "한파에 왜 IPO? 옥석 가려야죠"

등록 2022.10.24 11: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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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냉각 속 연 매출 3500억 규모 이커머스 오아시스마켓 상장 준비

신선식품 새벽배송 플랫폼 중 유일 흑자…"SW 자동화 시스템 비결"

2년 전 인지도 없는 회사서 상장까지 추진...10년 뒤 해외 진출 목표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이사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18.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이사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증시 한파 속에 왜 굳이 상장 추진 하냐고요? 그래야 거품 없이 평가 받죠."

지난해까지 코로나19 확산 2년간 풍부한 유동성에 IPO(기업공개)에 도전하는 기업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엄연히 상황이 다르다.

증시는 그야말로 엄동설한이다. 코스피 2000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비관론 까지 나온다. IPO를 추진하던 기업들도 하나둘 상장을 미루거나 철회하고 있다.

이처럼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서도 호기롭게 '연내 상장'을 외치는 곳이 있다. 바로 매출 3500억원대 새벽배송 전문업체 ‘오아시스마켓’이다.

비슷한 사업을 전개하는 마켓컬리·SSG닷컴보다 인지도가 낮고 매출 규모도 작지만,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선발주자들이 인기 스타를 고용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쓸 때 묵묵히 플랫폼 사업 기반을 다져 흑자 경영 구조를 만들었고, 그 결과 상장까지 앞두고 있다.

올해 1월 대표로 선임된 안준형(43) 대표는 오아시스마켓을 '공포의 외인구단'이라고 표현했다. 2017년 설립된 오아시스마켓에 안 대표가 합류한 건 이듬해인 2018년이다.

당시 부사장 겸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오아시스마켓의 식구가 된 안 대표는 "오아시스마켓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 흙속에 진주 같은 회사라고 생각했다”며 “실력 탄탄한 사람들이 모인 만큼 함께 한다면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해내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오아시스는 작지만 강하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플랫폼인 마켓컬리, SSG닷컴이 지난해 각각 1조 5614억원, 1조4942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반해 오아시스의 매출은 3569억원에 그쳤다.

덩치로 보면 선발 주자들에 비해 작지만, 경쟁 업체가 수년째 적자 행보를 이어가는 것과 달리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기업이 바로 오아시스다. 지난해 마켓컬리와 SSG닷컴의 영업손실은 각각 2177억원, 1079억원이었지만, 오아시스는 57억원의 이익을 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이사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18.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이사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18. [email protected]



오아시스마켓 흑자 비결은?..."이커머스, 유통업 아닌 제조업"

오아시스마켓만의 흑자 비결은 무엇일까. 안 대표는 "유통업으로 접근하지 않고 제조업으로 접근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이커머스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플랫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건당 배송비, 포장재, 소모품비 등 고정비를 얼마나 낮추느냐에 따라 영업이익이 달라지는데 우리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물류센터 자동화를 추구했고, 효율적 운영 시스템인 ‘오아시스 루트’를 구축함으로써 고정비를 줄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물류센터 자동화는 최근 이커머스업계가 인건비 등 고정비를 낮추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분야다. 그러나 오아시스마켓이 구축한 소프트웨어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은 단순히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사람과 기계가 함께할 때 효율성이 높아지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안 대표는 “쉽게 설명하면 식당에서 서빙하는 로봇은 사람을 대체할 수 있지만, 사람만큼 효율을 내진 못하는데 이게 바로 하드웨어적 자동화“라며 “소프트웨어적 자동화는 사람과 기계가 함께할 때 시너지를 내거나 기계가 사람 이상의 효율을 내는 시스템을 말한다. 오아시스마켓은 이 지점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오아시스마켓이 이러한 소프트웨어적 물류센터 자동화를 고도화할 수 있었던 배경은 모회사에 있다. 오아시스마켓의 모회사는 IT기반의 지어소프트로, 초기 사업을 구상할 때 지어소프트의 개발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를 통해 ‘오아시스 루트’가 탄생할 수 있었다.

회원 100만에 불과하지만..."잠재력과 확장성 있어"

일각에선 오아시스마켓이 흑자를 낼 수 있는 배경도 매출이 작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안 대표는 “인지도가 없을 뿐이지 회사 잠재력은 크다”며 “회원 수가 100만 명밖에 없지만 재구매율은 90%에 달해 매출은 계속 성장하고 영업이익은 흑자를 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원 수를 1000만 명까지 키우면 회사는 얼마나 더 성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 만큼 잠재력과 확장성이 있는 회사라는 얘기다.

고객 수를 늘리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오아시스는 최근 타 유통업계와 손잡고 다양한 사업을 시도한다. 이랜드리테일과 손잡고 온·오프라인 신선 플랫폼 브랜드 킴스오아시스를 출시했고, KT알파와 협력해 라이브쇼핑 진출도 예고했다. 전문 영역이 서로 다른 유통업계가 만나 시너지를 내자는 전략이다.

또 새벽배송 서비스 범위를 현재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전국적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성남시에 제1, 제2 스마트 통합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고, 최근에는 의왕 풀필먼트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어 울산 울주군에 물류센터 착공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 외에 충북권, 경상권에 물류센터 입지를 검토 중이다.

여기에 온라인 장보기의 범위를 넓혀 당일배송 서비스를 진행하는 ‘브이마트’ 플랫폼을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1분기 내 오픈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새벽배송에서 흑자 모델을 구축한 노하우를 새벽이 아닌 낮에 하는 것으로 콘셉트만 바꾸는 것”이라며 “각지에 있는 오아시스 오프라인 매장과 물류센터의 물류 대행을 브이마트가 효율적으로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규모를 더 키우기 위해 인기 스타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광고하는 방법을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아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을 쓰지 않겠다는 게 안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인지도를 높이고 회원을 유인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광고를 많이 하는 것”이라며 “그건 누구나 다 아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걸로 차별화를 꾀할 순 없다. 언제든지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방법은 적절한 타이밍에 추후에 해도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이사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18.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이사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18. [email protected]


엄동설한 증시에 IPO 추진하는 이유?..."옥석 가릴 때 상장해야 제 값을 평가받죠"

느긋하게 정도를 걷는 게 오아시스의 콘셉트다. 규모는 작지만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고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한 988억원을 기록했다. 수혈이 시급한 상황도 아닌데 굳이 증시가 안 좋은 이때, IPO를 추진하는 이유는 뭘까.

안 대표는 “회사는 앞으로 계속 성장할 거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IPO는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시가 너무 안 좋아 상장을 미룰까 고민도 했지만, 오히려 이럴 때 상장하는 게 거품 없이 우리의 가치를 제 값에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라 본다”며 “지금이 옥석을 가릴 때라고 하는데 옥으로 평가 받아 상장하고 싶다”며 IPO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상장으로 유치한 투자금은 오아시스마켓의 사업 확장에 쓸 계획이다.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흑자의 기반이 되는 IT 물류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하는 것이 골자다.

상장 후에도 안 대표는 오아시스마켓을 계속 이끌고, 김영준 창업주(이사회 의장)는 모회사인 지어소프트를 책임지는 이원화 체계가 이어질 전망이다.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시작...고객에게 사랑받는 회사 될 것"

오아시스마켓의 사령탑, 안 대표에게 대표로서의 꿈을 물었다. 그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오아시스마켓은 맘 카페에 '나만 아는 플랫폼'으로 소개될 만큼 인지도가 없었다”며 “그런 글들을 보며 2년 뒤에는 '그래도 우리를 알아봐 줄 것'이라고 믿었는데 정말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실력 탄탄한 사람들이 모여 여기까지 왔고 이제 꽃을 피우려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상장을 앞둔 만큼 미래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조심스러워 했지만, 10년 뒤 청사진은 자신 있게 소개했다. 그는 “오아시스루트의 해외 특허 출원을 받아 10년 후에는 해외 진출도 꿈꾸고 있다”며 “새벽배송 솔루션을 확실히 가지고 있는 만큼 더욱 확장해 온라인 유통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보일 수 도 있지만 우리의 목표는 항상 고객에게 사랑 받는 회사가 되는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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