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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 대책에 빠진 인력확충안…'깔때기 현상' 우려

등록 2022.11.2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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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인력 구체적 증원 방안 빠져

채무정보 포함…불법사채는 파악 곤란

"재정 늘려도 인력 없으면 효과 안 나"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복지 사각지대 발굴 지원체계 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2.11.25.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복지 사각지대 발굴 지원체계 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2.11.2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정부가 '수원 세 모녀'와 같이 생활고 끝에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보완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이를 수행할 사회복지 인력 충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복지계에서는 관련 재정을 확충하고 제도를 고도화 하더라도 현장 인력을 충분히 늘리지 않으면 복지 서비스 수요자들에게 혜택이 잘 가지 않는 일명 '깔때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 대책'에 따르면 복지부는 위기가구를 발굴하기 위한 정보 종류를 기존 34종에서 44종으로 늘리기로 했다. 단수, 단전, 건강보험료 체납 등 기존 정보에 질병, 채무, 고용 관련 정보 등을 더 추가해 그물망을 더 촘촘히 만들었다.

수원 세 모녀처럼 취약계층이 채무 부담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거나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 행정안전부·통신사와 연계해 발굴대상자의 연락처를 파악하고, 전입신고서에 세대원의 연락처를 모두 기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처럼 중앙 정부가 입수하는 위기정보가 많아지면 일선 지자체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발굴·점검해야 할 위기가구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읍면동 위기가구 발굴 지원 업무 담당 전담팀 업무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공무원 1명이 1년에 조사해야 할 위기가구는 2018년 45.2건이었으며 지난해 113.4명 수준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는 구체적인 인력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공무원 증원의 경우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다른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다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책연구를 통해 지자체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의 업무환경과 과업, 인력 등 실태조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합리적 인력 운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병왕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이번 대책에는 담당 공무원 인력 운용 계획만 들어 있다"며 "행안부가 '스마트 안전복지 공동체 추진단'을 만들어 사각지대 발굴 등 복지전달체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기정보가 늘어나면 전체적인 잠재 위기가구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읍면동 지자체 사회복지 전문인력이 해야 할 업무 늘어날 것"이라며 "인력 확충 및 적정 업무 배분 방안이 확보되지 않으면 업무 부담이 집중되는 '복지 깔때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뉴시스]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 '수원 세모녀 사건'과 같은 일을 막기 위한 위기가구 발굴 지원체계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자료=복지부 제공) 2022.11.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 '수원 세모녀 사건'과 같은 일을 막기 위한 위기가구 발굴 지원체계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자료=복지부 제공) 2022.11.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각 병원에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할 의료 사회복지사를 확대한다는 내용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향후 진료 중 경제적 사정 등으로 치료가 곤란한 환자를 찾거나 퇴원 후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재입원이 불가피한 환자를 찾기 위해서다. 그러나 역시 구체적인 수치는 빠졌다.

복지부는 내년 하반기에 시범사업 계획과 인력 배치 확대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료기관 평가·인증 제도에 관련 지표를 포함할 예정이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의료사회복지사는 종합병원 1곳당 1명 이상 배치할 필요가 있으며 지난 7월 기준 1개소당 평균 2.7명이 배치돼 있다.

고리 불법사채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는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남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에 추가하는 위기정보에 '채무조정 중지(실효) 정보'를 포함할 계획이지만 이는 금융기관 대출 등 공적 정보만 해당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은 공적 정보만 해당되기 때문에 불법 사채 관련 정보는 전달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라며 "이번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향후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사채·추심 피해 신고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박정민 교수는 "법원과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례는 약 25만명에 달하며 불법 사채까지 고려하면 더 많은 이들이 채무로 고통받는 것"이라며 "25만명의 정보만 활용해도 충분하지만 추후 채무조정 미신청자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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