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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담금질 조직력 빛난 대표팀…월드컵 경기 주도

등록 2022.12.06 07:41:08수정 2022.12.06 07: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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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그간 월드컵 준비 때 감독 경질 반복

교체 후 1년 만에 나선 본선은 모두 16강 실패

벤투 감독 4년 간 교체 없이 꾸준히 훈련 지속

강팀과 맞붙어도 주눅들지 않는 투쟁정신 인상적

[도하(카타르)=뉴시스] 백동현 기자 = 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 대한민국의 경기, 파울루 벤투 감독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2.12.06. livertrent@newsis.com

[도하(카타르)=뉴시스] 백동현 기자 = 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 대한민국의 경기, 파울루 벤투 감독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2.12.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역대 2번째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이는 4년에 걸쳐 조직력을 다진 오랜 노력의 결실이었다.

한국 축구는 그간 성급한 감독 선임과 이에 따른 뒤늦은 감독 경질, 그리고 임시 감독 체제하에서의 본선 운영이라는 악순환을 겪어왔다.

거스 히딩크 감독 지휘하에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금자탑을 쌓았다. 이후 2006 독일월드컵에 대비하기 위해 움베르토 코엘류 감독에 이어 조 본프레레 감독을 선임했지만 본프레레 감독은 월드컵 6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뤄내긴 했지만 실망스런 경기 내용에 따른 비난 여론을 견디지 못한 채 본선을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사퇴했다. 그 결과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1년도 안 되는 준비 후에 본선에 출전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허정무 감독이 3년간 준비한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원정 16강을 달성했지만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다시 감독 교체가 반복됐다. 조광래 감독과 최강희 감독이 도중에 짐을 쌌고 홍명보 감독이 1년 만에 본선을 치렀다. 결과는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뼈아픈 경험에도 실책은 거듭됐다. 208 러시아월드컵을 위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선임됐는데 그는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마찬가지로 성적 부진과 함량 미달로 본선 1년여 전에 경질됐다. 신태용 감독이 팀을 이끌었지만 결국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거듭된 실패 끝에 대한축구협회가 드디어 교훈을 얻었다. 협회는 포르투갈 대표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했고 이후 4년간 교체 없이 팀을 맡겼다.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된 후부터 줄곧 빌드업 축구를 주창해왔다. 공을 소유하고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주도권을 쥔 가운데 득점에 이르는 빌드업 축구를 한국 축구에 이식하겠다는 게 벤투 감독의 청사진이었다.

이를 놓고 개인 능력이 떨어지는 한국 축구에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잔뜩 웅크려 일단 상대 공격을 막고 역습으로 골을 노리는 방식이 약체인 한국에 더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손흥민 등 유럽파들이 세계 최고 프로축구리그에서 활약해도 벤투가 제시한 빌드업 축구에 대한 회의적인 관측은 사라지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그래도 자신의 계획을 고수했다.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 벤투를 향해 고집불통이라는 비난도 이어졌다.

실제로 월드컵 직전까지 벤투가 약속했던 빌드업 축구는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

[도하(카타르)=뉴시스] 백동현 기자 = 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 대한민국의 경기, 대한민국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22.12.06. livertrent@newsis.com

[도하(카타르)=뉴시스] 백동현 기자 = 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 대한민국의 경기, 대한민국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22.12.06. [email protected]

지난 6월 브라질과 평가전에서는 측면 수비가 헐거워져 선제골을 내줬고 중원에서 패스 실수로 상대에게 공격 기회를 헌납했다. 중원에서 공을 뺏긴 뒤에 차단에 실패하며 골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달 열린 파라과이전에서도 중원에서 공을 뺏긴 뒤 상대 공격 속도를 늦추지 못해 골을 허용했다. 심지어 코너킥 공격 후 공을 따내지 못해 그대로 역습을 당해 골을 먹었다.

지난 7월 2022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는 일본의 전방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0-3으로 완패해 총체적 난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9월 열린 코스타리카전에서는 측면 수비가 헐거워지면서 수차례 위기를 겪었고 골까지 허용했다.

이처럼 우려 속에 시작된 카타르월드컵이었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벤투의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리고 그 달콤한 결실은 16강 진출이었다.

가장 주목할 점은 벤투호가 강한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간 한국은 강호를 만나면 주눅이 들어 심리적으로 이미 지는 상태에서 경기에 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세 싸움이 중요한 스포츠에서 이 같은 심리는 패배와 직결된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경기 주도권을 쥐는 빌드업 축구를 통해 이 같은 패배주의를 극복했다. 이는 이번 월드컵에서 강팀에 승리를 거둔 아시아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일본과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사우디와 일본은 전반전에는 일방적으로 밀리면서 웅크렸다가 후반에 상대가 방심한 틈을 노려 역전승을 거뒀다. 반면 한국은 처음부터 강하게 맞붙어 기싸움을 벌였다.

벤투 감독은 강팀과 대등하게 싸워 승리를 노리는 투쟁 정신까지 대표팀에 이식했다. 이는 16강 진출이라는 외적인 성과 뒤에 숨어있는 가장 큰 공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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