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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퍼' 가면 쓴 성범죄…익명 계정에 162건 '나쁜' 메시지

등록 2023.05.26 05:00:00수정 2023.05.26 07: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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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글에 숙식 미끼로 성관계 등 요구

가출 청소년 신고 없이 보호하면 불법

"도움주는 척 유인 행위부터 처벌해야“

[서울=뉴시스] (사)탁틴내일이 지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익명 계정을 생성해 도움을 요청한 글을 올리자 도움을 주겠다며 보내 온 개인 메시지(DM)들. (사진=(사)탁틴내일 제공) 2023.05.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사)탁틴내일이 지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익명 계정을 생성해 도움을 요청한 글을 올리자 도움을 주겠다며 보내 온 개인 메시지(DM)들. (사진=(사)탁틴내일 제공) 2023.05.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온라인 상에서 익명의 10대 여학생이 가상 계정을 만들어 가출을 했다며 도움을 요청하자 일주일 만에 성관계 요구 등 162건의 부적절한 메시지가 쇄도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유인 단계부터 처벌을 강화하고 국가의 청소년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6일 여성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에서는 갈 곳이 없는 가출 청소년에게 숙박이나 식사 등을 제공하는 등 도움을 주겠다며 스스로 '헬퍼'를 자칭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탁틴내일이 지난 3월30일부터 4월28일까지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게시글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792건의 헬퍼 관련 게시물을 확인했다. 이중 160건은 숙박 제공, 139건은 식사(식료품) 제공, 18건은 금전제공 등의 도움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헬퍼'가 도움을 주는 대가로 불법적인 요구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탁틴내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익명의 여학생을 가정해 계정을 만들고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리자 일주일간 162명으로부터 개인 메시지(DM)가 왔는데 '자위행위 구경하고 용돈 받아라' 혹은 직접적인 성관계를 요구하는 메시지도 포함됐다.

초기에는 단순히 도움을 제공한다며 접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면 만남을 요구하고 성관계 등을 강요하는 수법도 있다고 한다.

비슷한 상황에 직접 피해를 입어 탁틴내일에 상담을 신청한 청소년들의 경우 절박한 현실 탓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상담을 신청한 A양은 "헬퍼집에 있는데 어젯밤에 성폭력을 당했다. 그래도 재워주고 먹여주고 하는 도움을 받아서 신고는 못하겠다"고 말했다. B양도 "지방에서 올라와 지낼 곳이 없었는데 SNS에서 누가 오피스텔이 비어 이용해도 된다고 해서 지내고 있었는데 밤에 갑자기 찾아와 성폭행했다"고 말했다.

탁틴내일 관계자는 "가출 청소년의 경우 경제적으로 의존적인 상황에서 어떠한 요구를 받았을 때 쉽게 거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의 '2022 청소년 통계'를 보면 2021년 초·중·고 학생 중 최근 1년 내 가출 경험률은 3.2%이며 해마다 이 비율은 3%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청소년 인구가 약 80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20만 명 이상이 가출을 하는 셈이다.

가출 청소년의 경우 1388이나 청소년 쉼터 등에서 숙식을 포함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접근에는 제한이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쉼터 현황은 전국 137개로 시·군·구 당 1개에도 못 미친다. 이마저도 41.6%인 57개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몰려있다.

탁틴내일 관계자는 "공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모르거나, 알아도 어떻게 가야하는지 모르거나 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헬퍼들이 직접 데리러 가겠다, 차비를 주겠다고 하면 쉼터보다 가기 쉬우니 수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헬퍼들의 경우 가출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준다고 자처하지만 현행법상 가출 청소년을 신고하지 않고 보호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실종아동 등을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고 보호할 수 없다. 이 실종아동 등에는 가출한 경우도 해당한다.

다만 유인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처벌이 어렵다.

탁틴내일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청소년임을 인지하고 온라인을 통해 만남을 제안하면 목적에 관계없이 실제 만남이 없어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국립실종아동센터의 '2022 사이버팁라인 보고서'를 보면 위장 수사를 통해 15세 미만 미성년자를 유인한 가해자 18명을 조사한 결과 5명은 최소 2회 이상, 1명은 9회 이상 온라인으로 아동 유인 범죄를 저질렀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인터넷 곳곳에서는 아동 청소년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 헬퍼도 그 중 하나"라며 "도움을 주는 척, 아동청소년을 유인하는 행위부터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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