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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교수 "결혼은 남녀끼리?...가족각본에 교묘한 차별·혐오"[문화人터뷰]

등록 2023.08.12 06:00:00수정 2023.08.12 13: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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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지혜 작가가 1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3.08.1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지혜 작가가 1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3.08.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이 책의 목적 중 하나는 가족이 제도라는 걸 인식시키는 거예요."

최근 '가족각본'을 출간한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변화하지 않고 있는 가족제도에 숨은 차별과 여기서 비롯된 불평등을 날가롭게 해부한다. 지난 2019년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악의 없는 차별을 드러내 모순을 지적한 바 있다.

"4년이라는 시간동안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넓어지고 포용적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소수자 당사자들의 책이나 글도 상당히 많이 나오고요. 그런 측면은 굉장히 긍정적이지만 차별금지법 같은 경우에는 아직도 제정이 안 됐잖아요. 국회가 움직이는 모습을 잘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까운 일이죠."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지혜 작가가 1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3.08.1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지혜 작가가 1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3.08.12. [email protected]


김 교수는 우리 사회의 차별의 뿌리에 가족제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는) 정상가족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에서 남녀 간의 갈등을 비롯해 차별과 불평등 혐오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정상가족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제도를 바꿔야 하지만 그러려면 우선 가족 제도가 '제도'라는 사실을 인식해야해요. 마치 가족은 미풍양속이고 도덕인 것처럼 여기잖아요. 이 때문에 남성은 집안을 부양하지 못하는 것에 압박을 느끼고 여성은 가사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거죠."

책을 통해 그는 다양한 연구와 사례를 통해서 동성커플과 같은 소수자를 품지 못하는 가족제도의 문제점을 짚는다. 김 교수는 "존엄하고 평등한 가족생활은 헌법적으로 보장하도록 되어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면 그 형태에 사람을 끼워맞추는 게 아니라 이들을 담지 못하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지혜 작가가 1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3.08.1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지혜 작가가 1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3.08.12. [email protected]



"관념을 의심하고 질문해보면 좋겠다. 며느리의 역할을 남자가 하면 왜 안 되며, 사위가 여자이면 무엇이 문제인가? 며느리와 사위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인가? 원치 않는 며느리나 사위를 반대할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은 지키고 보존해야 할 불변의 가치인가?" ('가족각본' 40쪽 중)

김교수에게 자신의 책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이다. 소수자 인권 연구자로서 "연구를 소개하고 질문하고 각자가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발제"인 셈이다.

이번 ‘가족각본'도 질문에서 시작됐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며 내세운 "며느리가 남자라니!"라는 구호를 본 김 교수는 "왜 며느리는 여자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우리 사회에서 며느리가 갖는 의미부터 고정된 가족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많은 분이 바쁘게 살아가면서 이런 것에 대해서 질문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 걸음 떨어져서 결혼이나 출산을 "왜 그렇게 해야되지" 질문해보고 파고들어가 보는거죠. 저는 일단 질문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불편한 것들 사이에서 조금 더 세밀한 질문을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다만, 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가족에 대한 생각은 질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김 교수는 결국은 "제도적인 부족함이 채워져야 한다"고 했다.

"이미 세계적으로 34개 국가가 동성 결혼을 하고 있어요. 그것도 미국, 영국, 프랑스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국가들이요. 해외를 가거나 그들이 한국에 오면서 우리에게 이미 이런 상황은 멀리 있지 않은 거예요. 그러니 언젠가 바뀌긴 바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 않을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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