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블라인드 '경찰 사칭' 해프닝…익명성 악용 우려

등록 2023.08.24 07:00:00수정 2023.08.24 09:26:4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경찰 사칭해 '칼부림' 익명 글 덜미

여론몰이 악용…이용자들도 우려↑

블라인드 익명성 흔들릴까 걱정도

[서울=뉴시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살인 예고를 올린 경찰청 직원 계정이 일반 회사원의 사칭으로 드러났다. 자유로운 소통 창구인 익명 커뮤니티가 불안을 부추기는 여론 조작이나 가짜뉴스의 매개체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뉴시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살인 예고를 올린 경찰청 직원 계정이 일반 회사원의 사칭으로 드러났다. 자유로운 소통 창구인 익명 커뮤니티가 불안을 부추기는 여론 조작이나 가짜뉴스의 매개체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살인 예고를 올린 경찰청 직원 계정이 일반 회사원의 사칭으로 드러났다.

자유로운 소통 창구인 익명 커뮤니티가 불안을 부추기는 여론 조작이나 가짜뉴스의 매개체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는 전날(23일) 협박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21일 경찰청 직원 계정으로 '오늘 저녁 강남역 1번 출구에서 칼부림한다. 다들 몸 사려라'라는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과거 자신의 블라인드 글에 욕설 댓글이 달리자 업체 측에 삭제를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불만을 품고 블라인드에 사회적 논란을 발생시킬 수 있는 살인 예고글을 게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살인 예고 글 작성자가 하루만에 잡히며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초유의 경찰 직원에 의한 살인 예고 글로 인해 시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사회 구성원들을 위협하고 경찰의 명예를 훼손한 글 작성·게시자를 반드시 확인해 엄정 처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익명성을 여론몰이에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21년 카카오가 포털 다음 카페의 댓글에 게시글 작성자 표기 기능을 추가하면서 익명 게시판에서 작성자 한 명이 자신의 글에 다른 사람인 양 댓글 수십개를 단 사례가 알려지기도 했다.

이용자들도 익명 커뮤니티의 유언비어, 여론 왜곡의 문제를 인지한 모습이다.

2021년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관련 인식 조사를 보면,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사실무근의 유언비어가 퍼질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이 45.6%(중복응답)였다.

사실 과장 및 왜곡의 사례가 많을 것이라는 응답도 45%, 소수의 의견이 마치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포장될 수 있다는 우려도 38.9%였다.

한편 이용자들 사이에선 이번 일에도 불구하고 블라인드의 익명성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4)씨는 "회사에 대해 털어놓기 힘든 얘기를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게 블라인드의 강점이었다"며 "익명성이 지켜지지 않으면 회사 관련 불만이나 내부고발이나 사실상 할 수 없게 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만 블라인드는 미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이용자 관련 정보를 여러 단계로 암호화해 신상을 유추할 수 없도록 해왔다. A씨의 경우도 블라인드 측의 협조와 별개로 경찰이 신원을 특정해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인드 관계자는 "수사 협조 요청에 항상 응하고 있지만 서버 구조상 이용자를 특정할 수 있거나 어떤 정보의 조합으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 정보조차도 저장돼있지 않아 한계가 있다"며 "(익명 기조가)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