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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일 신부 "사형보다 사랑이 사람을 바꿉니다"[문화人터뷰]

등록 2023.11.25 01:00:00수정 2023.11.25 05: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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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사회교정사목위원장

사형제도폐지운동 앞장

"생명 존중·인간 존엄성 일치…타종교도 연대 감사"

"재범 방지 위해 사형 엄벌주의보다 교정 자활 중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귝천주교주교회의 사형제폐지소위원회 위원 현대일 신부가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현 신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2023.11.2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귝천주교주교회의 사형제폐지소위원회 위원 현대일 신부가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현 신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2023.11.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사형이 사람을 바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랑이 사람을 바꾸죠."

오는 30일 '세계 사형 반대의 날'을 앞두고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에서 만난 현대일 신부는 사형제 폐지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사형은 범죄 억제력이 없습니다.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 계속 돌봐주는 사람, 관심 가져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흉악한 죄를 저지르기 쉽진 않죠, 오히려 사랑이 범죄 억제력이 있습니다."

현 신부는 "재범을 막으려면 수용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고 꾸준히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람을 바꾼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귝천주교주교회의 사형제폐지소위원회 위원 현대일 신부가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에서 인터뷰를 마치고서울구치소 한 사형수가 부활전 선물로 전해준 달걀 그림의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현 신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2023.11.2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귝천주교주교회의 사형제폐지소위원회 위원 현대일 신부가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에서 인터뷰를 마치고서울구치소 한 사형수가 부활전 선물로 전해준 달걀 그림의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현 신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2023.11.25. [email protected]


현 신부는 지난 2017년 2월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부위원장을 시작해 2018년 8월부터 현재 위원장을 맡고 있다.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위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사회교정사목위원회는 수용자들, 출소자들과 같이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과 범죄 피해자들에 대해 그리스도교 복음정신으로 참 인간화와 사회복음화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천주교 단체다.

성인과 청소년 수용자 교정교화 프로그램 운영, 상담, 교정시설 지원, 보호관찰소 청소년프로그램 운영, 출소자 자활사업, 수용자가족 지원, 피해자가족 지원, 사형폐지운동을 하고 있다.

사형폐지를 위해서는 매년 11월30일 '세계 사형반대의 날'을 맞아 사형제도폐지 종교인권 시민단체 연석회의, 천주교 주요 성지(새남터기념성당,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절두산 순교 성지, 명동대성당)에서의 조명 퍼포먼스 등 기념행사를 펼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귝천주교주교회의 사형제폐지소위원회 위원 현대일 신부가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현 신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2023.11.2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귝천주교주교회의 사형제폐지소위원회 위원 현대일 신부가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현 신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2023.11.25. [email protected]



현 신부는 다른 종교들도 사형 반대 운동에 함께하고 있어 힘을 얻고 있다. "연석회의라는 이름으로 행사하면서 타종교 관계자들을 모시고 '함께해 주십시오. 연대해 주십시오'하고 있습니다. 사형 폐지와 관련해 다른 종교들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생명 존중과 인간 존엄성에 대해서는 모든 종교가 일치하고 있으니까요."

'세계사형반대의 날' 행사는 세계 최대 사형폐지 캠페인으로 이탈리아 가톨릭평신도단체 산 에디지오가 지난 2002년 각 나라 주요 도시에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92개국 2000여개 도시에서 열렸다. 한국에서는 2006년부터 서울시가 참여하고 있다.

현 신부는 여론에 따라 사형폐지법안이 국회에서 계류되는 상황에 안타까워했다. "사형이 이뤄진다면, '죽여버려라'라고 댓글을 남기고, 사형을 외친 사람들도 그 살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먼저 사형을 폐지한 프랑스와 독일을 예로 들었다.

"프랑스와 독일 여론도 그러했습니다. 사형폐지 반대 여론이 폐지 전에 과반수였지만, 사형제가 폐지된 이후에는 사형 폐지를 잘했다는 여론이 더 많아졌습니다."

한국은 사형집행이 중단된 지 올해 26년째로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다. 1997년 12월30일 사형수 23명에게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됐다. 정부는 2020년과 2022년 유엔총회에서 '사형집행 모라토리엄(유예) 결의안'에 찬성 표결하고 사형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 확인한 바 있다.

국회에서는 15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이 9건 발의됐으나 20대 국회까지 8건 모두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2021년 10월 발의된 '사형폐지에관한특별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헌법재판소에도 세 번째 헌법소원이 계류돼 있다.

2006년부터 사형폐지 입법청원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올해 다시 사형폐지 입법청원 운동을 펼쳐 7만5843명의 서명을 받았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지난 3월 국회 소통관에서 사형폐지와 대체 형벌 입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7만5843명이 참가한 서명을 국회 사무처에 제출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귝천주교주교회의 사형제폐지소위원회 위원 현대일 신부가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현 신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2023.11.2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귝천주교주교회의 사형제폐지소위원회 위원 현대일 신부가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현 신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2023.11.25. [email protected]


현 신부는 교정사목을 통해 변화하는 수용자들을 만나면서 범죄 억제와 재범 방지를 위해서 사형 같은 엄벌주의보다 교정과 자활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더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당시는 교정시설 출입이 쉽지 않을 때였다. 현 신부는 당시 사업 실패로 부도가 나 빚지고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받은 한 수용자로부터 받은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그 수용자는 자살 시도까지 여러 번 했고 절망에 빠져서 형을 살고 있었는데 성탄을 맞아 사회교정사목위원회에서 '힘내세요, 응원합니다.'라는 스티커를 붙여 보낸 과자 선물을 받아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출소 후 일하고 받은 첫 수입 중 일부를 신권으로 바꾼 후원금과 편지를 위원회에 보냈다. 편지에는 '힘내세요, 응원합니다.'라는 그 스티커도 함께 들어 있었다.

"그분은 성당에 다니지도 않고, 성탄과 상관없이 일하던 사람이었는데, 위원회에서 자기까지 챙겨주고, 위원회로부터 응원 메시지를 받으니 정말 고마웠다고 하더라고요.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다시 힘을 내보자'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저희가 보내준 응원이, 다시 그분이 우리에게 보내주는 응원이 된 것이지요."

현 신부는 "치아 교정과 교정사목의 '교정' 한자어가 같다"며 "이 교정과 수용자 교정 모두 비뚤어진 것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교정의 중요성을 재차 설파했다.

"이가 비뚤어졌다고 때려 부수는 사람은 없어요. 이를 부수면 잇몸도 아프고, 그 통증은 온몸으로 느껴져요. 흉악범이라고 죽여버리면 끝인 게 아니죠. 그 통증을 온 사회가 느낍니다. 사형집행도 그 통증으로 온 사회가 아파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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