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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잔혹 살해범' 주거침입 무죄 받은 이유는[죄와벌]

등록 2023.12.1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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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저지른 첫 방문만 '특수주거침입'

증거 인멸 위한 두 차례 방문은 무죄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80대 이웃의 집에 침입해 그를 잔혹하게 살해한 50대가 있다. 법원은 살인은 유죄, 주거침입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강원도 양구에 사는 A(52)씨는 지난 8월2일 오후 6시56분께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 B(87)씨의 집에 몰래 들어가 10여 차례 흉기를 휘둘러 B씨를 살해했다.

B씨는 다음날 오전 집을 방문한 요양보호사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붙잡힌 A씨는 수사 끝에 살인 및 주거침입,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재판에서 정신질환 치료제를 복용해 사건 당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검사가 심증만으로 자신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리가 불편해 범행이 불가능하다며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춘천지법 형사2부(이영진 부장판사)는 지난달 10일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5년간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A씨 집 출입문에 묻은 혈흔에서 A씨와 B씨의 DNA가 확인된 점과 한여름이었던 범행 당일 검은색 긴팔 니트와 긴바지, 검정 장갑, 슬리퍼 등 이례적인 옷차림으로 갈아입은 점 등을 유죄 근거로 삼았다.

다만 주거침입 혐의에 대해서는 판결이 갈렸다.

재판부는 A씨의 첫 번째 주거 침입은 특수주거침입으로 인정했지만, 증거를 인멸할 목적으로 범행 이튿날 새벽 두 차례에 걸쳐 피해자 집에 들어간 혐의(주거침입)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현행법상 주거침입 혐의는 '사람'의 주거에 침입한 경우에 성립하는데, 사자(死者)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이 'B씨의 아들이나 친척이 종종 주거지에 들렀으므로 B씨 사망 후에도 '주거의 평온 상태'가 유지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의 주장대로라면 피해자 사망 시점 이후로부터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까지 사실상 주거의 평온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피해자 사망과 이후 이루어진 주거침입 행위의 시간적 근접성에 따라 범죄 성립이 결정된다고 보는 것 역시 타당하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A씨는 피해자를 살해한 후 범행 현장인 피해자의 주거지를 다시 찾아가 살인 범행에 사용한 도구 등을 가지고 나오거나 현장의 흔적을 지우는 등의 행위를 하기 위해 다시 피해자의 집으로 2회 갔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살해한 피해자의 집에 다시 들어가는 행위는 이미 성립된 특수주거침입죄, 살인죄로 평가된 법익 침해에 수반되는 행위에 지나지 않고 새로운 법익을 침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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