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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것에 화나서 일하던 골프장에 방화…법원 형량은?[죄와벌]

등록 2024.01.07 09:00:00수정 2024.01.07 0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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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가해자 지목돼 권고사직

두 차례 걸쳐 몰래 들어가 잔디에 방화

모든 혐의 부인…"CCTV 찍힌 것 나 아냐"

골프클럽 등 CCTV 분석…법원 "동일인"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

[서울=뉴시스] 권고사직을 통보받은 것에 화가 나 자신이 일하던 골프클럽 내 골프장 잔디에 불을 낸 A씨. 춘천지법 형사합의2부(부장판사 이영진)는 지난해 10월13일 일반물건방화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24.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권고사직을 통보받은 것에 화가 나 자신이 일하던 골프클럽 내 골프장 잔디에 불을 낸 A씨. 춘천지법 형사합의2부(부장판사 이영진)는 지난해 10월13일 일반물건방화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24.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권고사직을 통보받은 것에 화가 나 자신이 일하던 골프클럽 내 골프장 잔디에 불을 낸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 재판에서 폐쇄회로(CC)TV에 찍힌 범인은 자신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강원 춘천시에 있는 한 골프클럽에서 일하던 A씨는 지난 2022년 3월15일 권고사직을 당했다. 그 전년도인 2021년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한 직원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는 이유에서다.

권고사직에 화가 난 A씨는 이틀 후인 같은 달 17일 오후 9시6분께 해당 골프클럽 내 골프장에 몰래 들어가 잔디에 불을 냈다. 이로 인해 인근 잔디밭 약 70평(약 231.4㎡)이 불에 탄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범행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 다음달인 4월1일 오후 8시30분께 재차 해당 골프클럽에 몰래 들어간 A씨는 다른 코스에 있는 잔디에 불을 질러 인근 잔디밭 약 450평(약 1487.6㎡)을 불태웠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1차 화재의 경우 배전함 하단부에 마른 잔디를 모아놓은 흔적 및 불을 붙인 형상이 관찰된 점과 2차 화재에서 인화성 물질은 따로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방화'일 가능성이 높다는 화재 감식 결과를 내놓았다.

이후 CCTV 분석을 토대로 한 추적 끝에 A씨는 유력한 피의자로 법정에 서게 됐다. 다만 그는 재판에서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했고, CCTV에 찍힌 사람도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합의2부(부장판사 이영진)는 지난해 10월13일 일반물건방화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20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먼저 골프클럽 CCTV 영상에 촬영된 인물이 A씨와 동일인이라고 판단했다.

1차 화재가 발생하기 26분 전인 3월17일 오후 8시40분께 CCTV에 후드가 달린 상의, 어두운색 바지, 밝은색 운동화를 착용한 사람이 화재 장소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모습이 찍혔는데, A씨가 사는 아파트 CCTV에서도 같은 복장으로 외출하는 그의 모습이 찍힌 것이다.

또 2차 화재가 발생하기 34분 전인 4월1일 오후 7시56분께 점퍼와 티셔츠, 긴바지를 입은 사람이 후문을 통해 골프클럽 내부로 들어가 화재 발생 방면으로 이동하는 모습 등이 찍혔는데, 같은 날 오후 9시13분께 A씨가 점퍼와 초록색 티셔츠, 남색 바지 등을 입은 채 귀가하는 모습이 찍혔다.

또 재판부는 ▲A씨의 승용차와 동일한 외형의 차량이 골프클럽 후문 근처로 이동하는 모습 ▲A씨 직장 동료들이 체형·걸음걸이 측면에서 CCTV상 범인의 모습과 A씨가 비슷하다고 진술한 점 ▲CCTV에는 화재 발생 전후로 A씨 외의 제3자가  촬영되지 않은 점 등도 판결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다니던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당한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이 근무하던 골프클럽 내부 잔디에 불을 질러 공공의 안전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한 것으로, 범행의 동기와 경위, 횟수, 높은 위험성 등에 비춰 그 죄질과 범정이 무겁다"라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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