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인문대학장 "무전공 모집 땐 전공쏠림·기초학문 붕괴"
서울대서 무전공 중단 촉구 회견
정원 15~20% 무전공 모집 시 지원
"전공 쏠림·기초 학문 붕괴 등 문제"
"교육부, 대학 자율성 침해 말아야"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강창우 서울대 인문대학장이 2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에서 교육부가 추진하는 무전공 모집에 대한 전국 인문대학장의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 2024.01.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전국 인문대학장이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무전공 모집'에 대해 전공 쏠림과 기초학문 붕괴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 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국인협)와 전국 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사인협)는 24일 오후 2시께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 모여 "교육부는 무전공 모집 계획을 즉시 중단하고, 모집 단위를 비롯한 학사 제도의 수립·운영을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공개한 무전공 입학 정책 연구 시안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과 주요 국립 대학은 2025학년도에 모집 정원 20% 이상을, 2026학년도에는 25%를 무전공으로 선발해야 국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연간 수십억원대 국고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대학들이 구조조정 채비에 나서면서 당장 대다수 서울 주요 대학의 모집 정원이 수백명 단위로 바뀔 조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기 없는 필수 학문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전국 인문대학장이 한목소리로 무전공 모집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들은 무전공 모집 정책에 ▲일부 전공으로의 쏠림 현상 ▲기초 학문 붕괴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 부재와 부족한 준비 시간 ▲대학 자율성 침해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공 선택 시 소수 인기 학과로 쏠림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무전공 모집이 본격 시행되면 적성에 맞는 전공 선택보다는 인기 학과 선택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복수, 다전공, 전과 제도 등으로 지금도 학생들이 몰리고 있는 일부 학과의 교육 여건이 학생 수 과밀로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맥락에서다.
강창우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장은 "최근 문·이과 교차 지원이 이뤄지며 이과가 인문대에 입학한 후 휴학하거나 자퇴하는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며 "학생들이 입학 이후 반수나 재수를 하며 다른 전공을 찾아가는 문제가 무전공 모집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초 학문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기·비인기 학과 양극화 초래 등 기초 학문의 위기를 가져와 결국 폐지됐던 학부제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전공 모집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충분한 의견 수렴이나 준비 시간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교육부가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나 부작용 대책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학들은 무전공 모집을 포함하는 입시 요강을 발표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인문대학장들은 교육부가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대학이 교육 이념과 특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학생 선발 방식을 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무전공 모집 비율을 획일적으로 정한 교육부 방침은 부적절하다는 의미에서다.
이들은 교육부에 무전공 모집 계획을 즉시 중단하고, 모집 단위를 비롯한 학사 제도 수립·운영을 대학 자율에 맡기라고 촉구했다. 재정 지원을 이유로 대학 운영에 개입할 것이 아니라 무너지고 있는 학문 생태계 복원 방안을 마련하라고도 요구했다.
전국에 있는 각 대학에도 교육부가 대학의 일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거부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 자율성을 수호하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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