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선임 진실공방…정몽규-클린스만, 누구 말이 맞나
클린스만 "농담처럼 감독 제안한 것"
정몽규 "벤투 때와 같은 절차로 선임"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감독을 일방적으로 임명했다며 시민단체로부터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 당하자 서울 종로경찰서가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사건을 배당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경기에서 클린스만 감독과 대화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 2024.02.19. [email protected]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놓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클린스만(독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드러난 무색무취 전술, 부실한 리더십 등을 이유로 선임 1년 만인 지난 16일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4강에 진출해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8강 탈락)보다 오히려 성적이 좋았지만 전략 전술도 없이 선수들에게만 의존하는 '해줘 축구'로 졸전을 거듭해 지적을 받았다. 특히 선수단 내부 충돌 등으로 후폭풍이 거셌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의 경쟁력을 이끌어내는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우리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에게 기대하는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경질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클린스만을 사령탑에 앉히는 과정에서 정 회장의 독단적인 판단이 작용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할 때와 똑같은 프로세스로 진행했다. 61명에서 23명으로 좁혀지고, 최종으로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을 정했다. 이후 인터뷰를 했고, 클린스만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협회 차원에서 정상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밟아 감독 선임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달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 했던 인터뷰가 뒤늦게 눈길을 끌고 있다. 정 회장의 설명과는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클린스만과 정 회장은 2022 카타르월드컵 대회 기간 중 한 경기장에서 만났다. 공교롭게 벤투 감독이 브라질과 16강전에서 패해 사임 의사를 밝힌 뒤였다.
VIP석에서 정 회장을 만난 클린스만은 정 회장에게 "만나서 반갑다. 감독을 찾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클린스만은 "단지 농담으로 말한 것뿐인데 당시 정 회장이 완전히 굳어진 채로 '진심이냐'고 되물었다"고 했다.
둘은 이튿날 도하의 한 호텔 카페에서 약속을 만났다.
'슈피겔'은 "여러 이야기가 오간 이 자리에서 클린스만은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니 그냥 말했던 겁니다. 혹시 흥미가 있으면 또 연락을 달라'고 정 회장에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 주 뒤 정 회장이 클린스만에게 직접 전화해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고 더했다.
또 클린스만 감독은 곤란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정 회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해결할 만큼 가까웠다는 걸 강조했다.
정 회장과 클린스만의 구체적인 발언이나 전체적인 맥락을 모두 봐도 상당한 차이가 느껴진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경찰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된 정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우연이라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 회장과 클린스만의 잘못된 만남이 한국 축구를 수렁으로 빠뜨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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