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횡단보도 위에 넘어진 여성 치어 숨지게 했는데 무죄…왜?[죄와벌]

등록 2024.03.17 09:00:00수정 2024.03.17 09:11:3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운전 중 보행신호에 횡단보도 앞서 정차

피해자, 초록불 깜빡이자 달리다 넘어져

이를 못 보고 운전하다 치어 숨지게 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 기소

1심 "전방주시 게을리한 과실 증거 없어"

"피해자 넘어지고 2~3초 사이에 벌어진 일"

[서울=뉴시스] 운전하던 중 횡단보도에 넘어져 있는 피해자를 치어 숨지게 한 50대 여성, 법원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과실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024.03.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운전하던 중 횡단보도에 넘어져 있는 피해자를 치어 숨지게 한 50대 여성, 법원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과실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024.03.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운전하던 중 횡단보도에 넘어져 있는 피해자를 치어 숨지게 한 50대 여성, 법원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과실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A(59)씨는 지난해 1월2일 오후 10시10분께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인근 도로를 따라 운전하던 중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 앞에서 정지했다.

당시 피해자 B(86)씨는 A씨가 멈춰있던 횡단보도의 보행신호 녹색등이 깜빡일 때 건너기 시작했는데, 녹색등이 얼마 남지 않자 빨리 건너기 위해 달리다가 넘어졌다.

횡단보도 앞 도로 2차선에 정차해 있던 A씨는 1차선에 있던 택시가 정지선을 훌쩍 넘어 상당히 앞에 정차해 있었던 터라, 넘어져 있던 B씨를 발견하지 못한 채 그를 짓밟고 지나갔다.

B씨가 택시 앞에서 넘어지기 시작해 A씨 차량 앞으로 넘어져, A씨는 미처 그를 보지 못한 것이다. 이후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다발성 골절로 인한 저혈량 쇼크로 끝내 숨졌다.

검찰은 사건 당시 도로가 어두운 야간이었기에 차의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그 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고 전방 주시를 철저히 하면서 운전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는데 이를 게을리 했다며, A씨를 재판에 넘겼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6단독 문채영 판사는 지난해 9월22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문 판사는 A씨가 B씨를 발견하지 못한 것에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는지에 대해 "제출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또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피고인이 당시 휴대폰을 보거나 동승자와 대화하는 등 전방을 주시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며 "피해자가 넘어지자마자 차량 신호가 녹색등으로 바뀌고 바로 피고인 차량이 출발하는 것이 확인되며, 이 모든 것이 불과 2~3초 사이에 벌어진 일인 점을 감안하면 A씨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고 있었다고 의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A씨의 시야 사각지대 범위(7m) 내인 약 6m 떨어진 곳에 넘어져 있었던 점 ▲택시로 인해 시야가 가려져 왼쪽에서 뛰어오는 피해자를 발견하기 어려웠던 점 ▲A씨가 전방 주시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도 무단횡단을 하던 B씨가 횡단보도에 엎드려 있을 것이라 예상하기 힘들었던 점 등도 판결 사유로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