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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지킨다"며 사직 결의 교수들…"유연한 처분" 왜 단칼에 외면?

등록 2024.03.26 10:20:25수정 2024.03.26 12: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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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고려대 등 의대 교수 사직 잇따라

전공의 복귀 안 하면 교수 사직 이어질 듯

교수 피로도 누적…면허정지 취소 의견도

한덕수 총리, 서울대 찾아 의료 현안 논의

"정부가 전공의와 직접 대화해 협상해야"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3.25.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3.2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정부가 전공의들의 행정처분(면허정지)을 유예하기로 했지만 교수들은 예정대로 사직서 제출에 돌입했다. 제자를 지키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선 만큼 전공의들이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교수들 또한 예정대로 줄사직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교수들은 전날부터 사직 절차를 밟고 있다. 전날 고려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고대구로·안산·안암병원)의 전임·임상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의대생·전공의와 함께 바른 의료정책으로 향하고자 사직서를 제출한다"며 미리 준비한 사직서를 수거함에 넣고 자리를 떴다.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울산대 의대 교수 430여명도 사직서를 냈다. 서울대를 비롯해 19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유연한 처분" 지시로 정부가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을 보류함에 따라 교수들이 일단 사직서 제출을 중단하고 정부와 대화에 나서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다.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결심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제자 지키기'가 목적이었던 만큼, 전공의들의 면허정지가 보류되면 일단은 이를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기류 변화에도 전공의들이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자 의대 교수들 또한 예정대로 사직 절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공의들이 자발적으로 복귀하지 않는 한 교수들은 제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밖에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면허정지를 '취소'가 아닌 '유예'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면허정지 취소가 아닌 유예는 언제든지 행정처분이 유효한 만큼 전공의들을 온전히 보호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전공의 이탈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교수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한 점도 사직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배분에 반발한 전국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지난 25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3.25.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배분에 반발한 전국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지난 25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3.25. [email protected]


결국 의대 증원 '2000명 철회' 여부가 이번 사태 향방의 핵심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공의들은 정부와 대화를 위해서는 의대 2000명 증원 철회가 우선 시 돼야 한다고 내세우고 있다. 교수들 또한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하기 위해서는 의대 2000명 증원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의한 입학 정원과 정원 배정의 철회가 없는 한 이번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며 "정부의 철회 의사가 있다면 국민들 앞에서 모든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사단체는 증원 규모에 유연성을 주면 협상의 뜻이 있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백지화가 0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협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정부는 대학별 배분까지 마친 만큼 의대 2000명 증원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대 증원이 27년 만에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재론은 불가능하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의대 증원은 제주대 의대가 신설된 1998년 이후 한 번도 없었다.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의료계와 정부 모두 타격이 큰 만큼 극적 타협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문에 따라 의료계와 대화를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대 의대에서 의료계 관계자를 만나 의료 개혁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의·정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번 사태의 핵심인 전공의들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이 사태의 주체는 전부와 전공의인 만큼 양측이 협상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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