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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틈탄 '기획부동산'…소액 지분 투자, 사기 의심해야[집피지기]

등록 2024.03.30 07:00:00수정 2024.03.30 07: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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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분위기 속 '개발 호재' 공약 쏟아져

시세차익 강조한 쪼개기 투자 권유 기승

경사 심한 임야, 재건축지 골목길도 대상

지인, 텔레마케터의 소액투자 권유 특징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이제 11일 뒤인 4월10일이면 전국적으로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집니다.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전국적으로 각종 개발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총선 분위기를 틈타 기획부동산, 이른바 '떴다방' 사기가 기승을 부리기 쉬운 때인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총선 후보들이 대학병원이나 학교, 국가기관을 비롯해 지하철역, 공항, 철도역, 도로, 신산업 단지 등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기획부동산 사기에 악용될 소지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최근 그린벨트나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등 부동산 규제 완화 계획을 발표한 것 역시 이 같은 우려를 키우는 상황이죠.

기획부동산은 개발이 어렵고 경제적 가치가 없는 토지를 개발 가능성이 큰, 즉 '곧 오른다'고 현혹해 판매하는 기업이나 거래형태를 의미합니다. 땅값이 오르면 팔아서 수익을 볼 수 있다며 1000~5000만원의 소액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정상적으로 개발 가능한 토지를 안내하더라도 계약할 때에는 가치가 없는 땅으로 계약을 한다거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분양이 어려운 땅에 대해 근저당을 설정한 후 향후 수분양자로 소유권 이전을 약속하는 경우도 대표적인 기획부동산 사기에 해당됩니다.

실제로 최근 경기도 성남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기대감을 이용해 높이 500m 산을 4042명에게 쪼개서 파는 행태가 나타났습니다. 피해액만 850억원을 넘는다고 합니다. 서울 한 가운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의 소규모 재건축 '모아주택' 대상지의 골목길을 부동산업체 등이 사들여 130명에게 쪼개 비싸게 판 일이 그것입니다.

기획부동산은 지인이나 텔레마케팅 형식으로 희소한 정보와 기회를 주는 것처럼 설득하기 때문에 웬만한 부동산 지식을 가진 전문가가 아니라면 현혹되기 쉽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부동산 투자 특성상 수년이 지난 후에야 피해 사실을 깨닫게 되고 소액 투자라서 대처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전·답·임야 지목의 개발제한구역, 상수원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개발이 어려운 지역에서 면적 10분의 1 이하 지분으로 쪼개서 거래가 이뤄진 기획부동산 의심사례는 6876건으로, 전체 토지거래 중 약 1.43%를 차지했습니다.

이처럼 기획부동산 사기가 기승을 부리자 정부도 이를 예방하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내놨습니다.

이 체크리스트는 고도가 높고 경사도가 심해 가치가 낮은 임야나 전답 등을 공유지분으로 거래했는지, '토지이용계획확인원'에 개발제한구역, 상수원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보전산지, 농업진흥구역 등 개발이 어려운 토지를 거래하라는 제안을 받았는지 확인하도록 했습니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개발계획 없이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는 막연한 설득이 있었거나 가족, 친구 등 지인이나 텔레마케터에게 권유받아 토지를 거래한 경우, 선입금을 강요하거나 땅의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에도 기획부동산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매수금액이 1000만~5000만원에 해당하는 경우, 주변 시세와 개별공시지가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으로 거래한 경우, 판매자 측이 'A경매', 'B에셋', 'C옥션', 'D농업법인' 등의 상호를 사용한 경우에도 의심해야 합니다.

토지등기부등본에 소유주가 아닌 법인이 토지를 판매하거나 소유주가 단기간 소유한 토지를 거래하려는 경우에도 기획부동산일 위험이 높습니다.

정부는 지난 27일부터 오는 6월30일까지 기획부동산 위법 의심사례 및 전세사기 의심 광고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합니다. '부동산 불법행위 통합 신고센터' 홈페이지나 콜센터를 통해 신고서를 접수하면 국토부가 직접 신고서와 입증자료를 검토합니다. 신고자는 처리결과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집피지기' = '집을 알고 나를 알면 집 걱정을 덜 수 있다'는 뜻으로, 부동산 관련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 위한 연재물입니다. 어떤 궁금증이든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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