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몰랐다, 100m 앞에 수소충전소가 지어지는 걸[초점]
해운대 반송 지역과 불과 100m 떨어져
주민 "착공 후 7개월 지나서야 알았다"
구축 시 타지 주민에 알릴 법적근거 無
[부산=뉴시스] 지난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행정복지센터에서 반송1·2동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주민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해운대구 제공) 2024.04.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이동민 기자 = 부산 기장군의 한 시내버스 운영업체가 차고지 인근에 수소차 충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인근 해운대구 반송1·2동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직선 거리로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에 충전소를 짓는 동안 이를 한 번도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업체는 기장군 조례에 따라 관할 지자체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으며, 법적으로 타 지자체에는 설명하지 않아도 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송 주민들은 "우리 동네가 더 가깝지 않냐"며 소통 부재를 지적하면서 충전소의 안전성에 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면 운영을 반대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2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시내버스 운영업체 A사는 지난달 부산 기장군 철마면 고촌리 A사 차고지 옆 부지에 총 면적 3200㎡ 규모의 수소차 충전소를 구축했다. 이 충전소에는 시간당 수소 버스 4대 또는 수소전기차 1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공사비는 약 100억원이 투입됐다.
A사는 지난 1월 기장군 주민들과 설명회를 2차례 가졌으며, 군으로부터 준공 승인을 얻은 후 시운전 절차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말 충전소를 가동할 계획이다.
주민 "구축 전까지 몰랐다…안전대책 없으면 운영 반대"
이용준 반송지구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처음에는 A사가 사무실을 하나 더 짓는 줄로만 알았다"며 "우리 동네보다 충전소에서 더 먼 고촌 주민들에게는 알렸다. 법적 잣대를 들이대며 우리와 소통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기장군 관할 내 가장 가까운 마을인 고촌은 충전소와 약 1㎞ 떨어져 있다.
이어 그는 "한때 반송 지역에서 수십년 간 운영했던 업체였기에 배신감도 들었다"면서 "충전소를 지으면 인근 주민들이 싫어할 것을 알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아 서운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부산=뉴시스] 분홍색 경계선 내 부지에 수소차 충전소가 지어질 예정이다. 파란색 경계선을 기준으로 왼쪽은 해운대구, 오른쪽은 기장군이며, 석대천을 기준으로 아래 지역이 반송 2동 구역이다. (그림=카카오 지도 캡처) 2024.04.25. *재판매 및 DB 금지
충전소와 반송2동과의 직선 거리는 100여m에 불과하다. 여기에 차고지 앞에는 주유소, 500여m 떨어진 곳에는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가 각각 운영되고 있어서 자칫 폭발 사고가 일어날 경우 2차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주민들의 계속된 민원 제기 끝에 해운대구는 지난 22일 A사와 충전소 건설업체, 부산시 수소경제추진단 관계자, 기장군 공무원 등을 모아 주민공청회를 열어 주민들의 우려를 해소하려 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이에 대해 A사는 '부산시 기장군 갈등유발 예상시설 사전고지 조례'를 언급하며 관할 지자체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했으며, 타 지자체 주민에게는 알릴 이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조례에 따르면 기장군은 사업자로부터 사전고지 대상시설에 대한 행정행위의 신청 등을 접수한 후, 접수일로부터 일주일 이내로 대상지역 주민들에게 고지를 해야 한다. 여기서 주민은 대상지역에 주소지를 두고 거주하고 있는 자로, 사전고지 대상시설과 인접한 타지자체 주민은 포함되지 않는다.
A사 임원은 "반송 주민들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사업장은 엄연히 기장군에 위치해 있다. 관련 조례를 면밀히 검토한 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었다"고 강조하면서 "오는 30일 반송 주민 대표를 초청해 충전소의 안전성에 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소차 충전소 설치, 타지자체 주민에 알릴 법적 근거 없어
하지만 수소차 충전소 구축과 관련해 운영 업체가 별도로 타 지자체 주민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는 없다. 즉 관할 지자체와 업체가 자발적으로 타 지자체에서 설명회를 개최하지 않는 이상 주민들은 충전소 구축 여부를 알 수 없는 셈이다.
시는 앞으로 이러한 갈등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충전소를 짓기 전 타 지자체를 포함한 통합 주민설명회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시 수소경제추진단 관계자는 "반송 지역에서 공청회를 진행하기까지 주민들이 이 정도로 반발할 것이라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관할 지자체 이외에도 충전소와 인접한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 수소차 충전소와 같은 친환경 에너지 시설을 꾸준히 구축해야 하면서도, 그만큼 빈번해질 주민들의 반발을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탄소 중립과 주민 애로 해결이라는 두 과제를 시가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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