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14차례 내린 가맹점 수수료…제도개선 논의는 공전 중[카드수수료 어디로①]

등록 2024.06.01 10:00:00수정 2024.06.03 15:18:4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 앞두고 카드 수수료 논란 재점화

계속된 인하로 전체 가맹점 96%는 원가 이하로 수수료 부담

카드사, 수익성 저하 토로…우대 적용 못받는 일반가맹점도 불만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4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한 소비자가 카드 결제를 하고 있다. 2023.04.04.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4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한 소비자가 카드 결제를 하고 있다. 2023.04.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카드 수수료율의 기준이 되는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가 도래하면서다.

올해 말 적격비용 재산정 시점을 앞두고 벌써부터 이해관계자 간 잡음이 나고 있지만 카드 수수료 체계의 근본적인 개편을 모색하기 위해 출범한 민관 태스크포스(TF) 논의는 공전 중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업법상 3년의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가 도래함에 따라 금융당국은 올해 말까지 카드 수수료 개편안을 확정해 내년부터 3년간 새로운 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

가맹점 수수료는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를 제공하고 고객의 결제대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해 지급하는 대가로 가맹정이 카드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다.

카드 수수료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을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정치권의 계속된 압박으로 2007년부터 총 14차례에 걸쳐 인하됐다. 2012년부터는 여신금융전문법 개정에 따라 적격비용 제도가 도입돼 3년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를 정하고 있다.

적격비용은 카드 결제시 발생하는 비용으로 최근 3년간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위험관리비용·일반관리비용·벤수수료·마케팅비용·조정비용 등을 토대로 정해진다.

가맹점 연매출에 따라 신용카드 기준으로 ▲3억원 이하(영세) 0.5% ▲3억원 초과~5억원 이하(중소1) 1.1%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중소2) 1.25%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중소3) 1.5% 등의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구조다.

총 4차례에 걸친 수수료율 재산정을 통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의 범위가 기존 연 매출 2억원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되고 우대수수료율 자체도 계속 떨어져 영세가맹점을 중심으로 수수료 부담은 크게 낮아졌다. 예컨대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은 2012년 연 4.5%에서 현재 0.5%까지 떨어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원가 이하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 가맹점은 총 302만7000개로 전체 가맹점(316만개)의 95.8%에 달한다.

여기에 연매출 10억원 이하에는 매출액의 1.3% 세액공제로 카드 수수료를 환급해주고 있어서 전체 가맹점의 약 90%는 수수료율 부담이 0%에 수렴한다. 카드 수수료를 더 낮춘다 해도 대부분의 가맹점은 낮아질 수수료가 없는 셈이다.

전체 가맹점의 96% 가량이 카드결제 원가에도 못 미치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으면서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은 나머지 4% 가량의 연매출 30억원 초과 일반 가맹점에 집중돼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들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총 13조3400억원으로 이 가운데 76.4%(10조1800억원)가 연매출 30억원 초과 가맹점 수익이었다.

[서울=뉴시스] 신용·체크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용·체크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상황이 이렇다보니 카드업계는 적격비용 재산정을 앞두고 더 이상의 수수료 인하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여신금융협회 후원으로 열린 한국신용카드학회 세미나에서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12년 동안 진행이 됐음에도 카드사의 수익성이나 건전성에 상당히 악영향을 줬고 사업 행태에서도 위험을 증대시켰다"며 카드 수수료율 산정을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율이 2007년부터 계속 내려가기만 해서 추가 인하 여력이 없다"며 "대부분 가맹점이 원가 이하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으면서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영세·중소 가맹점에서 발생한 손해를 일반 가맹점 수수료로 메우려고 하다보니 일반 가맹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영세한 가맹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신용카드사의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해 기준 평균 2.06%인데 우대수수료율 적용을 못받는 연매출 30억원 언저리의 가맹점들은 대형 가맹점에 비해 협상력이 열악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율을 감당할 수 밖에 없다.

중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이 지난 2022년 가맹점 수수료율을 높이겠다고 통보한 신한카드와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최근에는 수수료 문제로 롯데카드 가맹점 해지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처럼 카드 수수료 문제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다보니 금융당국이 출범시킨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지만 TF 출범 이후 2년이 넘도록 별다른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2월 적격비용 제도의 운영 성과를 평가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가맹점단체, 소비자단체, 카드업계, 전문가 등과 TF를 출범시켰다. 당초 지난해 말 논의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총선 일정 등이 겹치면서 해를 넘겼다.

올해는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가 도래하는 만큼 결론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TF는 카드업계가 바라는 수수료 인상은 가맹점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대신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며 올해 안에는 어떤 식으로든 카드 수수료 체계 개편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논의에 보다 속도를 내려고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