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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AI 특수 누리는데…"장비 제조업 AI 허니문 끝났다"

등록 2024.10.19 06:00:00수정 2024.10.19 07: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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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호실적에 주가 9%↑…시총 1조 달러 돌파

ASML, 저조한 매출 예측에 주가 이틀만 20%↓

"반도체 장비업, 지정학적 긴장 등 어려움 겪어"

[신추=AP/뉴시스]사진은 대만 신추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 TSMC 본사 모습. 2023.07.10.

[신추=AP/뉴시스]사진은 대만 신추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 TSMC 본사 모습. 2023.07.10.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인공지능(AI) 경쟁이 가열되며 첨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칩 제조 장비 업체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넘어서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산업 접근 규제안을 내놓으면서 판로에 타격을 입게 된 데다, 중국이 자체적으로 AI 반도체를 만들려 시도하는 등 활로를 찾아나가자 실적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각) '칩 장비업계의 AI 허니문은 끝났다'는 제하의 기사를 내어 이같이 보도했다.

WSJ는 "AI 칩 수요는 빠르게 커지고 있으나, 불행히도 반도체 제조 장비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충분치 않다"고 전했다.

특히 WSJ는 그 예로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을 들었다.

TSMC, 3분기 순이익 54.2%↑…호실적에 시총 '1조 달러' 돌파

TSMC는 올해 3분기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2% 증가한 3252억6000만 대만달러(13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이미 상향 조정됐던 시장 전망치(3000억 대만달러)를 훨씬 웃도는 호실적이다.

3분기 매출 또한 7596억9000만 대만달러(32조3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9% 올랐다.

이 같은 실적 호조를 발표하자 전날 뉴욕증시에서 이 기업 주가는 9.79% 상승한 205.84달러에 마감했다. 주가 폭등에 시가총액도 1조 달러(약 1370조3000억원)를 돌파했다.

TSMC는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칩 등 서버 AI 프로세서에서 올해보다 3배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ASML, 실망스러운 매출 예측 발표…이틀만 주가 20%↓

이에 반해 ASML은 지난 15일 실망스러운 매출 예측을 내놓은 직후 이틀 만에 주가가 20% 하락했다.

ASML은 내년 순매출 예상치를 326억~381억 달러(44조7011억~52조2427억원)로 냈다. 이는 기존 전망치의 최하단 수준이다.
[펠트호번=AP/뉴시스]사진은 지난 1월30일 네덜란드 펠트호번에 있는 반도체 장비 회사 ASML 본사의 로고. 2023.03.09 *재판매 및 DB 금지

[펠트호번=AP/뉴시스]사진은 지난 1월30일 네덜란드 펠트호번에 있는 반도체 장비 회사 ASML 본사의 로고. 2023.03.09 *재판매 및 DB 금지


또 3분기 주문을 나타내는 순예약 매출은 28억 달러(약 3조8393억원)로, 시장 전망치인 60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특히 이 기업 실적 보고서는 당초 16일에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기술적 오류로 하루 빠른 15일에 공개됐다. 이후 ASML은 하루 만에 529억9000만 달러(약 72조6598억원)의 시총이 증발했다.

"ASML,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으로 어려움 겪어"

이처럼 AI 반도체 경쟁 과열 속에서 "잘 나가던" 제조 장비 업체 ASML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지정학적 긴장·무역 축소·전쟁 등에 기인한다고 WSJ는 진단했다.

ASML은 최첨단 칩 제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 리소그래피(노광) 장비를 보유한 회사다. ASML의 대중국 수출 금액은 올 2분기 23억 유로(3조4700억원)로 전분기 대비 21% 증가했다.

그러나 중국이 ASML 같은 업체로부터 장비 구매는 물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유지 보수 등을 못하도록 하는 등 미국이 제재 수위를 높여가자, ASML의 매출액은 타격을 받게 됐다.

현재 ASML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14~18였으나, 지난해엔 28%로 뛰어올랐고 올해 1~3분기에는 평균 48%를 기록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발표한 대(對)중국 규제책으로 인해 이 같은 상황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ASML 최고경영자 (CEO) 크리스터프 푸케도 내년엔 중국 비중이 20%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더해 중국이 자체적으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ASML의 최대 판매처가 사라질 위험에 처한 상황이다.

중국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는 ASML의 독점을 깰 '극자외선(EUV) 방사선 발생기 및 리소그래피 장비'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7나노미터 이하 반도체 초미세공정을 통해 반도체를 만들려면 이 EUV 장비가 필수다.

"엔비디아 성장세가 모든 배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건 아냐"

WSJ는 이처럼 반도체 생산 업체와 제조 장비 업체의 엇갈리는 실적을 짚으며 "엔비디아의 성장세가 모든 배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AI 반도체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는 AI 모델 학습에 필수 반도체인 AI 가속기 시장의 약 98%를 장악하고 있으며, 그 핵심 부품인 그래픽 처리 장치(GPU)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AI 시장이 가열화되는 상황에, 최근 2년 동안 월가에서 엔비디아의 기술을 AI 폭발의 원동력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급등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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