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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국부 리콴유家 ‘왕자의 난’…차남 리셴양 영국 망명

등록 2024.10.22 17:27:48수정 2024.10.22 19: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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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콴유 사망 후 집처리 놓고 불화 시작, 소송전으로

야당 가입, 감시, 기소…2년전 영국 온 뒤 8월 망명 허가

“싱가포르 법치의 외관 속, 권위주의 국가” 날선 비판

싱가포르 국부 리콴유의 둘째 아들 리셴양과 그의 아내 리수엣펀. (사진 가디언 캡처) 2024.10.22. *재판매 및 DB 금지

싱가포르 국부 리콴유의 둘째 아들 리셴양과 그의 아내 리수엣펀. (사진 가디언 캡처) 2024.10.2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전 총리의 둘째 아들이 ‘박해’를 피해 영국에 망명 허가를 받았다고 영국 가디언이 21일 보도했다.

리셴양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세운 권위주의 정권이 가족 간의 불화와 자신의 야당 가입 이후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리콴유 차남 리셴양의 날선 싱가포르 비판 “낙원 아니다”

그는 “싱가포르가 매우 발전된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지만 정부가 억압적이라는 어두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여기가 일종의 낙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리콴유 초대 총리가 1959년부터 1990년까지 재임했다. 고촉동 총리에 이어 리콴유의 장남 리셴룽이 2004년부터 올해 5월까지 20년 가량 집권했다. 현재는 로렌스 웡 총리가 맡고 있다. 독립 이후 51년간을 리콴유 부자가 총리를 지냈다.
 
그는 20년간 총리를 지낸 형 리셴룽의 통치 아래서 당국은 자신과 아내, 아들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으로 온갖 법적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적인 안전을 위해 싱가포르에 계속 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망명 동기를 설명했다.

리셴양은 싱가포르의 금융시스템은 최근 몇 년 동안 국제 부패 스캔들에 반복적으로 연루되어 온 것과 관련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대담하고 거짓된 주장을 넘어 실제 모습을 볼 필요가 있다”며 “세계가 무기 거래, 더러운 돈, 마약 자금, 암호화폐 자금의 핵심 조력자로서 싱가포르의 역할을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정부 대변인은 싱가포르는 자금 세탁 및 기타 불법 자금 흐름을 억제하고 단속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에서 영국보다 훨씬 높은 유리한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고도 했다.

리콴유는 장기 재직했던 총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선임 장관’이라는 신분으로 영향력을 유지했다. 장남 리셴룽도 5월 퇴임 후 선임 장관을 맡고 있다.

리셴양은 케임브리지대를 마친 뒤 군에서 준장으로 전역한 후 대기업을 맡기도 했다.

리셴양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슬픈 것은 싱가포르가 매우 반짝이는 외관을 내세우고 법치를 매우 잘 지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억압적 조치는 부친 나아가 영국 식민지였을 때부터 내려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콴유 사망 후 집처리 놓고 ‘형제의 난’ 시작

2015년 리콴유가 사망하자 그의 집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가족간에 불화가 일어났다.

죽은 지도자 기념관 건립 등을 싫어한 리콴유는 딸이 살지 않으면 철거하고 싶다고 오랫동안 말해왔다. 딸과 리셴양은 이런 의견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총리가 된 장남 리셴룽은 반대했다. 의견 차이는 법적 소송으로 번졌다.

2017년 리셴양의 아들은 페이스북에서 “싱가포르가 유연한 법원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올린 것에 대해 사법부 모독으로 기소돼 1만5000 싱가포르 달러(약 1570만 원)의 벌금을 물었다.

2018년 법무부 장관은 성공한 기업 변호사인 리셴양의 아내 리수엣펀에 대해 징계 조치를 취했다. 그녀는 시아버지의 유언과 관련하여 부적절한 행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15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들 부부는 위증 혐의로 수사도 받고 있다.

2020년 리셴양은 야당에 입당했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혐의가 자신을 파괴하려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감시 표적된 리셴양

그는 자신이 싱가포르의 매우 광범위한 감시 시스템의 표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를 떠나 영국으로 간 지 2년 만인 지난 8월 망명 허가를 받았다. “싱가포르가 나를 박해해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리셴양은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처럼 엄격하게 통제되는 나라에서 자신에 대한 감시 등은 리셴룽의 동의와 묵인 없이는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변인은 “리셴양과 그의 가족이 싱가포르로 돌아갈 수 있는 자유가 항상 있었다”며 “
박해의 희생자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 대변인은 “싱가포르에서는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건국 총리의 자손을 포함한 누구든지 조사해 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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