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돈이 없다]최악의 소비절벽 우려감 '고조'…"유통업계, 맞춤형 대책 필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서민들은 집값상승에 따른 자산효과 등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분야별 구조조정의 여파로 고용시장에서의 찬바람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특히 장기불황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로 인해 연말연시 특수, 설 특수가 유통가에서 사라진지는 오래다.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하향 조정하면서 민간소비 둔화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생활물가는 치솟고 금리불안이 서민들의 고민을 가중시키다보니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가계에서는 소비 자체를 안한다는 생활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최근 3년간 2% 성장률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2015년 2.6% 성장을 했으며 2016년 2.6%, 올해도 2%대 성장률이 예상된다.
이처럼 저성장 기조속에 소비심리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밝힌 소비자심리지수는 94.2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75.8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향후 소비 경기에 대한 지표로 삼을 수 있는 소비재수입액 증가율도 지난해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고용지표도 갈수록 안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실업자수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가장 열심히 일해야 할 청년들의 실업율도 9.8%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의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는 전년동기대비 4.5%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에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여파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1월 물가 상승률은 급격하게 증가할 수도 있다.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으로 제조원가가 올랐다는 이유를 들며 연초부터 제품가격을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소비자들은 불안한 미래 등으로 인해 지갑부터 먼저 닫아버리는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고 유통가는 매출 하락에 고민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소비심리는 올해 1분기 경기전망지수(RBSI)에도 반영되고 있었다.
"물건을 팔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소비자들이 치솟은 물가때문에 소비 자체를 줄여서 앞으로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벌여야 할 판입니다"라는 유통업계 관계자의 푸념이 현 상황을 대변해준다.
하지만 뚜렸한 대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현장에서의 목소리다.
정국불안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대책을 제대로 내놓을 수 있겠냐는 푸념섞인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경제 살리기에 몰두해도 모자랄 판에 최순실 사태에 파묻혀 경제 현안을 뒤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대선이 실시될 경우 민생경제 현안은 더욱 뒤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미래가 불안할 경우 지갑부터 닫는다"라며 "1월은 설 명절 특수로 어느정도 매출을 올렸지만 2월에는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묘수로 유통업계에서 소비절벽 시대 맞춤형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HMC투자증권 박종렬 연구원은 "작년 11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 혼란과 함께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소비절벽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유통업체들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소비절벽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 남성현 연구원은 "백화점과 할인마트의 성장세가 정체되는 반면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소매점의 성장성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는 기본적으로 저성장에 따른 소비여력 감소와 산업성장률 둔화로 인한 실업률 증가, 미래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세대구성 기피, 1인가구 증가, 소비시장 채널 다변화의 경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유통시장에서 이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는 성장 전략을 찾아야 할 때"라며 "그렇지 않으면 성장이 둔화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도태되거나 장기적으로 퇴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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