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 죄는 선진국들···금리·가계부채 부담 커지나
【워싱턴=AP/뉴시스】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7.09.21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보유자산을 축소하기로 결정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됐던 선진국 통화 완화 기조는 긴축 쪽으로 확연히 전환한 모습이다.
선진국들이 급격한 통화 긴축에 나설 경우 내외 금리차가 축소돼 자금유출이 나타날 수 있고, 국내 시장금리도 오르면서 가계부채도 부실화될 우려가 있어 정부와 금융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연준은 21일(한국시간) 열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다음달부터 보유자산 축소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5년 12월 이후 4차례 기준금리를 올린데 이어 본격적으로 '돈줄 죄기'를 시작하겠다는 신호다.
연준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국채 등을 대거 사들였다. 2008년 3월 9000억 달러 수준이었던 연준의 보유 자산은 현재 4조5000억 달러 수준으로 늘었다.
미국이 통화 긴축 기조 전환을 공식화한 것은 최근 4차례의 금리 인상에도 경제 성장세가 안정적인데다 향후 물가 상승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준이 보유자산 축소에 나설경우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흡수되면서 장기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연준이 12월 한차례 더 금리인상을 할 경우 전반적인 시장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돈풀기에 나섰던 유럽도 통화 긴축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6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데 이어 10월께 통화정책 변경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ECB 정책위원인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도 단계적 양적완화 축소 시작 가능성을 밝혔다.
노트 총재는 이날 “ECB의 통화정책 위원들이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 노력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기 시작할 시점”이라며 “지난 12분기 동안 유로존 19개국의 경제 성장으로 ECB 자산 매입의 주된 근거가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아직 일본 중앙은행(BOJ)이 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선진국의 통화정책 기조는 올해를 기점으로 긴축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는게 중론이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차관은 이날 선진국 통화정책과 관련해 "굉장히 점진적이고 예측가능하게 가고 있지만 정책 방향의 변화 신호가 확고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진국이 통화긴축에 나설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외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 또 국내 시장금리가 뒤따라 오르면서 취약차주가 부실화되는 등 가계부채 리스크가 커질 우려도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선진국의 통화 정책 기조 변화가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정도은 아니지만, 향후 선진국이 급격하게 돈줄을 조일 경우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해둬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재부는 "연준의 월별 자산축소 규모가 크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할 때 급격한 금리 상승 가능성은 낮아 국내 금리의 동반 상승 경로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재부는 "미 연준 추가 금리 인상, ECB(유럽중앙은행)의 테이퍼링 가능성 등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북한에 대한 주요국의 대응과 시장 영향에 대해서도 관계기관 합동 일일 점검체계를 지속 가동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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