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32m 그림에 담긴 인간 실존과 소외…오원배 개인전
【서울=뉴시스】Untitled, 2017 oil stick, charcoal, pigment on paper, 190x3200 cm(부분)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전시장 1층 벽면을 감싼 32m그림. 마치 전체주의 병영이나 산업 현장에 유폐된 듯한 군상이 담겼다. 거대한 파이프와 가스통, 담벼락 아래 위축된 인간의 모습은 기계보다 더 기계적인 몸짓으로 획일화되어 있다. 한편에선 매끈한 금속체 인조 인간이 환희에 찬 모습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도 있다. 전시장 일부에 직접 안료를 흩뿌린 거친 현장 페인팅이 생동감을 더한다.
화가 오원배(64·동국대 교수)가 '화가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전시를 펼친다.
OCI미술관(관장 김경자) 초대로 11월 2일부터 개인전을 연다. 미술관 1, 2, 3 전시장 전층에 40여년간 천착해온 화업을 공개한다.
폭 32m의 대작을 비롯하여, 800호, 500호 이상 크기 신작으로 압도한 전시장은 파워있는 화가의 면모를 발휘한다. 집단화된 인간의 통제된 신체와 인조 인간의 자율성이 강한 대비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통해 이 시대 ‘휴머니티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서울=뉴시스】Untitled, 2017pigment on canvas, 386x259 cm
2층 전시장에서는 인간 소외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 배경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사람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계단, 온기 하나 없는 공장의 철골 구조, 일거수일투족을 뒤쫓는 감시의 시스템 등 그림 속 적막한 사회의 모습은 기계적 시스템과 인간의 도구화라는 하나의 주제를 향하여 균질한 톤으로 꿰어진다.
【서울=뉴시스】Untitled, 2017, pigment on paper, 65x48 cm (ea.)
3층에는 작가가 일상 속에서 꾸준히 그려온 드로잉 40여 점을 선보인다. 평상시 생활 곳곳에서 마주치는 주변 인물과 소소한 사건을 면밀히 기억하고, 섬세한 감성으로 포착하여 화폭으로 옮긴 것으로, 삶의 매 순간 떠오르는 생각과 상상을 특정한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이미지화한 것이다. 선 몇 개로 단순하게 표현하거나, 대상을 기호화하거나, 재료 자체의 속성이 드러나게끔 한 작업으로 드로잉은 오원배에게 관찰의 기저이자, 변화를 추동하는 원동력임을 살펴볼 수 있다.
【서울=뉴시스】Untitled, 2017, pigment on canvas, 227x500 cm
【서울=뉴시스】Untitled, 2017, pigment on panel, 123x300 cm
이번 전시는 기능적 효율을 극대화하는 사회 구조가 어떻게 인간을 도구화하고 집단 명령의 체계를 형성해 가는지, 그리고 과학과 기계 문명의 발달이 어디로 치닫게 되는지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인간은 자신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각종 기계와 인공지능을 개발했지만 결국 그 기계들에 의하여 지배당하는, 인간과 기계의 전도된 관계를 그려내며 ‘인간의 기계화’와 ‘기계의 인간화’라는 시대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3개 층의 전시 구성은 삼계(三界; 욕계, 색계, 무색계)의 세계관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다. 작가가 5년 만에 선보이는 대규모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그의 회화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또한 후학을 양성하면서도 놓치않고 평생 그려온 '오원배 회화'의 모습을 한자리에서 느껴볼수 있다. 전시는 12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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