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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깨다 불났다?"…제천 스포츠센터 화인 혼선

등록 2017.12.23 19: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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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뉴시스】인진연 기자 = 23일 국립과학수사원구원과 경찰 화재전문감식관 등으로 구성한 합동감식반이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현장에서 1층 천장의 배관 부위를 살펴보고 있다. 2017.12.23.  inphoto@newsis.com

【제천=뉴시스】인진연 기자 = 23일 국립과학수사원구원과 경찰 화재전문감식관 등으로 구성한 합동감식반이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현장에서 1층 천장의 배관 부위를 살펴보고 있다. 2017.12.23. [email protected]

【제천=뉴시스】이병찬 기자 = 경찰의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관리자 등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하면서 화재 원인에 관한 의문이 더 커지는 양상이다.

 애초 지상 1층 필로티 주차장 천장 전기공사 또는 하수 배관 열선 공사 도중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발화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런 공사는 하지 않았다는 진술이 잇따르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 제천 스포츠클럽 화재 수사본부는 23일 건물주와 관리자, 목격자와 부상자 등 45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건물 관리자들은 "1층 천장 하수관에서 물이 새 결빙됐는데, 화재 당일 얼음 제거 작업을 했다"고 진술하면서도 "그러나 관에 열선을 설치하는 작업은 하지 않았고 토치 등 불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얼음 제거 작업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화재의 원인이 될만한 화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변하는 셈이다. 다만 1층 필로티 주차장 천장에 문제가 있어 수리 등 공사를 진행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날 제천체육관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기자들과 만난 스포츠센터 관계자도 "주차장 천장에서 물이 새는 경우가 많았고, 관리 책임자 역시 손볼 곳이 너무 많다고 푸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건축물 관리 관계자들이 주차장 천장 하수 배관에 동파 방지용 열선을 감는 전기공사나 용접 공사 등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될 만한 '위험한' 작업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직접적인 화인을 밝히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배관·설비업체 관계자는 "결빙 배관을 녹일 때는 코일을 감싼 뒤 전기를 흘려 가열하거나 토치를 사용한다"며 "PVC 파이프 배관에는 불을 사용할 수 없지만, 금속 배관이라면 신속한 작업을 위해 토치를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제천=뉴시스】고승민 기자 =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사흘째인 23일 오전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해당 건물주 이 모씨가 찾아와 유족에게 사과를 요청했으나 거절된 상황, 이 모씨가 취재진에게 심경을 밝히고 있다. 2017.12.23.  kkssmm99@newsis.com

【제천=뉴시스】고승민 기자 =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사흘째인 23일 오전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해당 건물주 이 모씨가 찾아와 유족에게 사과를 요청했으나 거절된 상황, 이 모씨가 취재진에게 심경을 밝히고 있다. 2017.12.23. [email protected]

국과수와 소방당국은 현장감식과 주변 CCTV 분석 등을 통해 '천장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밝히고 있다. 공개된 CCTV 영상에서도 천장에서 화염이 발생하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천장에서 왜 불이 났는지를 밝히는 것은 경찰 몫이다. 건물 관리 관계자들이 "화기 사용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데다 CCTV에서도 발화 당시 주차장에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화기 사용이 없었고, 발화 당시 주차장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는 게 사실이라면 토치 등 화기를 사용하다 스티로폼 등 인화성 물질에 불이 붙으면서 참사로 이어졌다는 종전의 가설은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상 9층, 지하 1층 총면적 3813㎡ 규모인 이 스포츠센터는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지난 21일 지상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발화한 불이 삽시간에 건물 전체를 집어 삼키면서 2층 목욕탕에 있던 여성 20명이 숨지는 등 29명이 희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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