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번식후 종적 감춘 붉은불개미 여왕…당국 "발견 어려워"
전문가 "한국도 붉은불개미 서식지…가축피해 막을 대책 필요"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노수현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부장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붉은불개미 유입 확산 방지에 대한 정부의 총력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2018.06.22. [email protected]
하지만 여왕개미의 행방을 놓고 검역당국이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2일 발표한 긴급 민관합동전문가 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부산항 한국허치슨부두 컨테이너 야적장의 3곳을 굴취(땅속을 파냄)해 11개의 개미집을 발견했다.
이 개미집에서 공주개미 11마리와 일개미 3000여마리, 알 150여개가 나왔다. 여왕개미는 발견되지 않았다.
공주개미는 여왕개미가 되기 전 미수정 암개미다.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아 몸집을 키우고 온도 조건까지 맞으면 숫개미와 함께 200m 상공으로 올라가 짝짓기인 '결혼비행'을 하고 난 후 낙하해 인근 지역에 새로운 개미집을 형성해 또다른 군집을 만든다. 바람이 불 경우 낙하 반경은 더 넓어지는데 문헌에 의하면 수 ㎞를 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검역당국은 이번에 발견된 공주개미의 경우 날개가 달린 채 발견된데다 수개미들이 함께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결혼비행에 실패한 것으로 잠정적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앞서 결혼비행에 성공해 이 공주개미와 일개미를 낳은 여왕개미의 종적은 감췄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 생식과 번식의 단계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노수현 검역본부 식물검역본부장은 "여왕개미가 결혼비행에 성공하면 날개를 떨어뜨린 후 개미집에 들어가게 되고 이 기간에는 굉장히 취약해져 도망가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여왕개미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왕개미의 사체가 발견되지 않아 죽었다고 단정 짓을 수도 없는 상태다.
노 본부장은 "죽었다고 할 만한 증거가 아직 확인되지 않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여왕개미가 소독약에 부패했거나 굴착과정에서 치워졌을 가능성 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알이 부화해 성충이 될 확률이 낮다는 점이다.
개미 전문가인 류동표 상지대 교수는 "알은 일개미들의 케어가 필요한데 주위 환경을 감안할 때 전혀 그럴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부화될 확률은 거의 없다"며 "아직 현미경을 통해 알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누가 낳았는지도) 더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제일 큰 일개미가 알을 낳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세대를 이을수 없는, 난황이 없는 무(無)수정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도 한 차례 대량 번식이 이뤄진 만큼 붉은불개미 서식지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류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붉은불개미가 발견되긴 했지만 완전히 정착했다고는 볼 수 없다"며 "다른 콜로리(colony·군체)가 있었다면 교미가 이뤄져서 더 확산될 수 있겠지만 현재그런 상태는 아니여서 서식 단계에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전했다.
콜로리는 같은 종의 생물이 집단을 이뤄 일정기간 동안 한 장소에서 사는 것으로, 개미의 경우 여왕개미 1마리에 의해 통제받는다.
붉은불개미는 애초 '살인 개미'라고 알려진 것보다는 독성이 세지 않지만, 가축과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생태계 교란까지 일으킬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류 교수는 "단백질 독 성분이 대부분인 다른 벌과는 달리 '솔레놉신(Solenopsin)'이라는 특이성분에 의해 물렸을 때 항체가 형성돼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과민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미국의 사례를 보면 소나 돼지 등 가금류에 달라붙어 괴롭히면서 스트레스를 줘 생산에도 영향을 준다. 미국의 피해 규모는 연간 6조원에 이른다. 우리 정부도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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