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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치솟고, 유리 깨지고, 달걀 부화에 정전 사태…재난급 폭염 '이상현상'

등록 2018.07.26 15: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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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폭염에 곳곳서 이상현상 속출

노후한 변압기 탓에 정전 사고 증가

건물 유리, 실내 안팎 온도 차로 균열

콘크리트 팽창에 도로 갈라지며 솟아

주택 베란다 계란 깨고 병아리 나와

의자에 둔 라텍스 베개는 자연 발화

【대구=뉴시스】정창오 기자 = 수일째 열대야 현상을 보이고 있는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한 아파트에서 18일 오후 정전이 발생했다. 2018.07.18. jco@newsis.com

【대구=뉴시스】정창오 기자 = 수일째 열대야 현상을 보이고 있는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한 아파트에서 18일 오후 정전이 발생했다. 2018.07.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아파트 단지 정전이 연이어 발생하고 건물 유리가 깨지는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차차 폭염의 기세가 누그러지면 전력 예비율이 두 자릿수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전력 수요가 갑자기 늘어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 낮 기온이 35도를 넘어 심지어 40도까지 육박하자 건물의 유리가 갑자기 깨지는 사고가 잦아지고 있다.

 24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백화점 8층에서 유리창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광주에선 서부경찰서 현관문 위에 설치된 유리창이 깨졌다.
【서울=뉴시스】트위터에 게시된 유리창 깨진 사진.

【서울=뉴시스】트위터에 게시된 유리창 깨진 사진.

온라인상엔 폭염으로 인해 유리창이 깨졌다는 글이 게시됐다. 트위터 아이디 y***는 "옆에서 갑자기 소리가 나길래 누가 싸우는 건가 하고 보니 열 때문에 유리가 깨진 것이었다"며 인천시 부평구 내 한 옷 가게의 사진을 올렸다.

 신동욱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실내에서 냉방을 강하게 할 경우 유리 바깥쪽 온도는 높고 안쪽 온도는 낮아진다"며 "이 온도 차로 인해 유리가 일종의 압박을 받으면 깨지게 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유리를 지탱하는 금속 창틀이 팽창하면서 창틀이 늘어날 때도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안산시 서해안고속도로의 순산터널 부근에서는 지난 16일 균열이 발생해 도로가 솟아올랐다. 폭염에 콘크리트가 팽창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1994년 이래 24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폭염은 아파트 단지 내 정전도 불렀다. 갑자기 늘어난 전기 사용량을 오래된 변압기, 차단기 설비 등이 견디지 못해서다.

 26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7월 들어 한전이 집계한 수도권 아파트 단지 내 정전은 38건(24일 기준)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5건)과 비교하면 약 2배가 늘었다.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1,2 차 선경아파트에서 정전이 발생해 1034세대가 수 시간 동안 대책 없이 가마솥더위에 노출됐다. 전날인 24일에도 서울 중구 신당동, 송파구 장지동에서도 정전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정전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25일 오후 10시40분께 대구 북구 태전동 한 아파트 단지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가 4시간 만에 복구됐다.

 같은 날 오후 9시20분께 대구 달서구 파호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변압기가 고장나 정전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2000여 가구 중 605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어져 주민들이 2시간여 동안 선풍기와 에어컨 등을 틀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다.

 한전 관계자는 "오래된 아파트는 당시 세대 사용량에 맞게 변압기 설정이 됐는데 이후 전기 사용량 현황이 많이 바뀌었다"며 " 주로 변압기 용량의 초과 영향으로 정전 사고가 최근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릉=뉴시스】김경목 기자 = 폭염에 집 베란다에 놔둔 달걀 13개 중 1개에서 병아리가 부화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24일 오전 7시께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최호준(59)씨의 집 베란다에서 부화한 병아리의 모습과 베란다의 모습. 2018.07.24. (사진=최호준씨 제공) photo@newsis.com

【강릉=뉴시스】김경목 기자 = 폭염에 집 베란다에 놔둔 달걀 13개 중 1개에서 병아리가 부화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24일 오전 7시께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최호준(59)씨의 집 베란다에서 부화한 병아리의 모습과 베란다의 모습. 2018.07.24. (사진=최호준씨 제공) [email protected]

집 베란다에 놔둔 달걀에서 병아리가 부화하고 라텍스 베개에 불이 붙는 등 별난 사건사고도 이어졌다.

 강원 강릉시 사천면에 사는 최호준(59)씨에 따르면 24일 오전 7시께 단독 주택 베란다에 5일째 놔둔 달걀 13개에서 병아리 1마리가 부화해 알을 깨고 나왔다. 최씨는 "5년 전부터 닭 8마리를 키우고 있지만 이런 일은 처음 봐 신기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40분께 부산 금정구의 한 아파트에선 집주인이 창가 바로 옆 의자에 둔 라텍스 베개에 불이 붙었다. 소방당국은 라텍스 베개가 장시간 고온의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어컨 실외기 가열로 인한 화재도 이어졌다. 부산 수영구 광안동 한 편의점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1000만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에어컨 실외기에 열이 축적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지방자치단체는 폭염에 대비해 수목대책반을 꾸리는 등 특단의 조치에 들어갔다. 전남 영암군은 관용 차량 2대를 투입해 공원 등 수목에 물을 주면서 관수 작업 중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전국 곳곳의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어설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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