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기업 '이란 딜레마'…美 '세컨더리보이콧' 위협·EU "맘대로 못나가"
유럽기업들, 이란 철수 땐 EU 허가 얻어야
"대항입법, 효과적인 방어책 못된다" 불안감
【브뤼셀=AP/뉴시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영국, 프랑스, 독일 3국의 외교장관이 15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로파 빌딩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 회동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 5개국 외무 장관들은 이날 회동에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탈퇴로 위기에 처한 이란 핵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왼쪽부터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2018.05.16.
EU 집행위원회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 이란 제재 복원에 맞서 유럽기업들을 보호하는 ‘대항입법(blocking statute)’을 발효시켰지만, 이런 조처가 트럼프 행정부의 ‘세컨더리 보이콧’에 따른 유럽기업들의 충격을 막아내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제재는 미 동부 시각 기준 7일 0시(한국 시각 7일 오후 1시)부터 적용된다. 이란과 금이나 귀금속, 석탄 등 광물, 자동차 거래 등을 하는 제3국의 기업과 개인도 제재 대상이 된다. 11월부터는 이란 석유 거래가 금지되고, 이란 해운사와의 거래도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3국 외무장관과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같은 날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EU는 미 백악관의 조처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성명은 “이란과의 핵협정을 유지하는 일은 국제합의를 존중하는 문제일 뿐 아니라 국제안보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EU의 대항입법은 EU기업들이 미국의 대 이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란에서 철수하려면 EU 집행위의 허가를 얻도록 하고 있다. EU 집행위 관계자들은 “예외적인 상황(exceptional situations)”에 한해 이를 허락할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FT는 EU 집행위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이란에서 철수하는 기업들은 EU 회원국들에 의한 소송에 직면하게 된다고 전했다.
EU 집행위는 EU 회원국 정부가 이란 중앙은행으로 석유 수입 대금을 직접 지불하는 계좌를 개설하는 등 이란과의 금융거래를 유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모게리니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EU는 이란과의 금융 및 은행 거래를 지속하기 위해 중국 및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헤란(이란)=AP/뉴시스】지난 7월30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한 거리 환전상인이 미 달러화를 들고 있다. 미국이 7일부터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다시 시작함에 따라 유럽의 미 동맹국들은 이러한 제재 재개가 지역 안보에 대한 불안을 증대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018.8.6
FT는 그러나 이제까지 EU 회원국 중 어느 나라도 대항입법을 적용한 사례는 없었다고 전했다. EU 집행위의 한 관계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기를 원하는 기업들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EU의 대항입법은 어떤 치유책이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우리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국제 로펌 리드 스미스의 제재 전문가 브렛 힐스는 FT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EU의 계획은 이란에서 활동하는 유럽 기업의 사업 철수를 막을 수 있는 어떤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항입법은 그저 EU의 불만을 나타내기 위한 척도일 뿐 유럽 기업을 위한 방법은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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