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강풍 무장한 '솔릭' 가장 파괴적인 태풍될까
솔릭, 비도 많고 바람도 강한 전형적인 태풍
'비 태풍'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 등 피해 유발
'바람 티풍', 강풍·해일·전선·낙하물에 주의해야
'비+바람 태풍' 가장 강력해…매우 위험한 모습
【제주=뉴시스】강정만 기자 = 22일과 23일 제주도에 근접한 제19호 태풍 '솔릭'이 몰고온 비바람에 제주시 연동 거리에 50여년된 가로수가 꺾여져 있다. 2018.08.23 [email protected]
태풍도 저마다 특징이 있다. 많은 비를 쏟아내는가 하면 폭우보다는 강력한 바람을 무기로 도시를 초토화시키기도 한다. 물폭탄과 강풍을 동반한 전형적인 태풍의 모습으로 무시무시한 위력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반도로 북상중인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전설속의 족장)은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가장 파괴적인 태풍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행정안전부와 기상청 등에 따르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중 가장 극심한 비 피해를 가져왔던 태풍은 2002년 '루사'였다.
루사는 2002년 8월30일부터 9월1일까지 한반도를 물바다로 만들었다. 강원·충청지역에 하루 최고 1000㎜라는 기록적인 비를 뿌렸다. 영동지방은 1시간에 80㎜, 하루 만에 870㎜의 폭우가 쏟아졌다.
기록적인 폭우만큼 재산피해도 역대 대풍중 가장 컸다. 무려 5조1479억원이다. 인명피해도 상당했다. 사망 209명, 실종 27명, 부상 75명 등이었다. 이재민 6만3085명(2만1318세대), 주택침수 2만7562동, 농경지 유실은 1만7749헥타아르(ha)의 피해도 발생했다.
'비 태풍'은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 등의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어 무시무시하다.
비보다 바람 피해가 더 심각한 태풍이 바로 '바람 태풍'이다. 바람 태풍은 집채만한 파도까지 동반해 태풍이 상륙하는 지점을 중심으로 해일을 발생할 수 있다. 만조시각과 겹칠 경우 피해는 더 커진다. 또 강풍과 해일, 끊어진 전선이나 낙하물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태풍의 강도는 중심부의 최대풍속으로 분류한다. 초속 44m 이상은 '매우 강', 33∼44m는 '강', 25∼33m는 '중', 17∼25m이면 '약'으로 구분된다.
강풍은 엄청난 피해를 만들어낸다.
초속 15m의 바람이 불면 비닐하우스가 부서지고 건물에 간판이나 양철 지붕이 날아가기 시작한다. 초속 25m에는 바람에 날려 온 물건에 의해서 창문 유리가 깨진다. 기왓장이 날리고 텔레비전 안테나와 굴뚝이 쓰러진다. 블록 담장이 부서지고 설치가 불완전한 옥외 외장이 벗겨지며 날아가기 시작한다.
【제주=뉴시스】강정만 기자 = 제19호 태풍 솔릭이 23일 오전 제주도를 지나면서 시민들이 거센 비바람을 막아내며 출근하고 있다. 2018.08.23 [email protected]
초속 50m는 대부분의 목조주택이 쓰러지고 수목은 뿌리째 넘어진다. 최대풍속 60m는 철탑이 구부러질 수 있다.
초속 60m로 시속으로 환산하면 216㎞다. 태풍의 중심부에 서 있으면 시속 216㎞로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얼굴을 창문 밖으로 내밀 때와 같은 세기의 바람을 맞는 것과 같다.
대표적인 '바람 태풍'은 2010년 '곤파스'다. 곤파스는 2010년 9월2일 충남 서쪽 해안을 지나 강화도 남동부에 상륙했다. 한반도를 4시간만에 관통해 동해로 빠져나갔지만 강풍의 무서움을 단단히 보여줬다. 홍도에서 초속 53.4m의 최대순간 풍속이 관측됐을 정도다. 인명피해는 사망 6명, 부상 11명 등 총 17명이다. 재산피해는 1761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프라피룬'도 바람 태풍의 강력함을 충분히 보여줬다. 프라피룬이 2000년 내습할 당시 비보다는 바람 피해가 컸다. 흑산도 일대를 순식간에 잡아먹었다. 흑산도에서 기록된 순간최대풍속은 초속 58.3m이었다. 강풍이 휘몰아치면서 부상자와 각종 시설물, 차량 파손 등 각종 인명·재산피해가 이어졌다.
그래도 가장 무서운 태풍은 폭우와 강풍이 동반된 형태다. 태풍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무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라'는 1959년 9월17일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에 한반도에 상륙했다. 엄청난 바람과 비를 뿌려 당시 기상관측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태풍으로 기록됐다. 사라로 인해 사망·실종 849명, 부상자 2533명, 이재민 37만3459명이 발생했다. 선박 파손은 1만1704척에 달했다. 재산피해는 1900억원 상당으로 추산됐다.
2003년 9월 상륙한 태풍 '매미'도 강력했다. 초속 60m의 강풍 신기록에 400㎜ 이상의 비를 퍼부었다. 남해안 일대에 최고 2.5m의 해일을 일으켰다. 인명피해 130명, 재산피해 4조7810억여원을 기록했다.
솔릭은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가장 강력한 태풍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문가들 분석했다. 비와 바람이 모두 매우 강한 위험한 태풍을 의미한다.
실제로 제주도에 근접한 솔릭은 위력을 드러냈다.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기상청에 따르면 제19호 태풍 '솔릭'은 23일 오전 6시 현재 제주 서귀포 서쪽 약 90㎞ 부근 해상에서 시간당 16㎞ 속도로 북북서진 중이다. (강도 '강', 크기 '중형') [email protected]
23일 오전 7시 현재 주요지점 일최대순간풍속(초속)은 진달래밭(한라산) 62.0,m 지귀도(서귀포) 38.6m, 마라도(서귀포) 36.4m, 고산 33.9m, 제주공항 33.1m, 제주 30.7m, 서거차도(진도) 30.4m, 하태도(신안) 29.1m 등이다.
22일 0시부터 23일 오전 7시까지 주요지점 누적 강수량은 윗세오름(한라산) 655.0㎜, 영실(한라산) 420.0㎜, 유수암(제주) 273.5㎜, 마라도(서귀포) 210.5㎜, 제주 171.1㎜, 서귀포 107.9㎜, 가거도(신안) 59.5㎜, 지리산(산청) 39.0㎜ 등이었다.
솔릭은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서해상을 따라 북상한다. 우리나라가 태풍의 위험반원(우측반원)에 들기 때문에 24일까지 육상에서는 최대순간풍속 초속 30~40m(시속108~144㎞), 해안과 산지에는 초속 50m(시속 180㎞)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태풍에 동반된 많은 양의 수증기와 함께 지형적인 영향을 받는 지리산 부근, 제주도산지, 일부 남해안에는 시간당 50㎜ 이상의 매우 강한 비와 함께 많은 곳은 400㎜ 이상의 매우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그 밖의 지역에서도 2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솔릭은 많은 비를 뿌리고 바람도 강하게 부는 태풍"이라며 "옥외 시설물, 건물 유리창, 가로수 등 제반 시설물 붕괴와 같은 재난피해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솔릭의 경우 바람이 강하다, 비가 많이 내린다, 이런 태풍이 아니다. 비도 많고 바람도 강한 아주 전형적인 태풍"이라며 "태풍이 서해안을 따라 올라올 때는 바람이 좀 더 강하게 피해를 주는 경향이 많다. 바람 피해도 많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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