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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지낸 형이 살아있대" 이산가족 2진 눈물의 상봉

등록 2018.08.24 15: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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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15분 단체상봉 시작

【금강산=뉴시스】김진아 기자 =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할머니가 아들 리상철(71)을 만나 기뻐하고 있다.  2년 10개월 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은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된다. 2018.08.25.  bluesoda@newsis.com

【금강산=뉴시스】김진아 기자 = 지난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할머니가 아들 리상철(71)을 만나 기뻐하고 있다. 2년 10개월 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은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된다. 2018.08.25. [email protected]

【금강산·서울=뉴시스】통일부공동취재단 김지훈 김성진 기자 =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형이 떠올라 눈물이 났어. 이미 돌아가셨을 테니 제사라도 한번 지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제사 지내고 딱 3일 만에 형이 살아있다고 연락이 온 거야."

  한상엽(85)씨는 24일 꿈에나 그리던, 제사까지 지냈던 큰형 상이(86)씨를 만난다. 한국전쟁 당시 20살이었던 상이씨는 마을회관에서 인민군에 끌려간 뒤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맏이 상이씨가 사라진 후 동생들은 마음 한구석에 항상 짐을 갖고 60년 넘는 세월을 살았다고 한다. 그 사이 4남매 중 한 명은 사망했다고 상엽씨는 전했다. 상엽씨는 "생각지도 못한 형의 생존 소식에 너무 기뻤다"며 "거기에다가 만날 수도 있게 됐다고 하니 정말 즐겁다"고 설레어했다. 그러면서 "형과의 기억은 너무 오래돼 잘 떠오르는 건 없지만, 참 좋은 형이었다"고 기억했다.

  김유관(81)씨도 형님을 만난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전쟁이 나기 전에 작은아버지 댁에서 살다가 전쟁이 터지고 다시 고향에 갔더니 동네 사람들이 부모님과 형 모두 돌아가셨다고 해서 그 뒤로 다 죽은 줄로만 알고 살았다"며 "그때가 내가 11살 때였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이번에 북측에서 형 유성(82)씨가 만남을 의뢰하면서 생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실감이 잘 안 난다. 죽은 줄 알고 여태껏 계속 제사를 지냈는데"라며 "만나면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어떻게 살았는지를 물어봐야지"라고 말했다.

  이상준(84)·상근(79) 형제는 평생 이사를 하지 않고 살았다고 한다. 전쟁 때 홀로 끌려갔던 셋째 형 상윤(86)씨가 혹시나 돌아올까 봐 평생을 기다렸다고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이제는 큰형이 돌아가셨을 거라고 생각하고, 제사까지 지냈다고 한다. 죽은줄로만 알았던 형이 북측에서 동생들을 찾으면서 만나게 됐다.  
 
  박춘자(77·여)씨는 서울에 돈 벌러 갔다가 전쟁 때 소식이 끊겼던 언니 봉렬(85)씨를 만난다. 가족들과 제주도에 살던 박씨는 전쟁이 난 것도 모르고 있다가 언니 친구 중 한 명이 언니의 옷과 도민증을 가져다줘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 뒤로 소식이 없어 30년 전쯤에 사망신고를 했다고 한다. 그는 언니를 만나게 된 데 대해 "갑자기 신청이 와서 놀랬다"며 "살아있어서 고맙고, 어린 나이에 혼자 얼마나 울면서 살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남측 상봉단 81가족 326명은 이날 오후 3시15분께부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단체상봉을 시작했다. 이들은 이어 환영만찬에서 북측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된다. 둘째 날에는 개별상봉과 객실상봉, 단체상봉을 하고 마지막 날에는 작별상봉 겸 오찬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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