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보]전두환씨 형사재판 끝내 불출석…재판 연기
변호인, 전 씨 불출석 배경·건강상태 설명
법원 오는 10월1일로 연기·소환장 발부
【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자신의 형사재판에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전 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정주교 변호사는 "전 씨가 현재 단기 기억상실과 함께 감정조절 혼란, 의존증 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법정에 출석하지 못한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사실상 부인했다.
법원은 전 씨가 불출석한 만큼 오는 10월로 재판을 연기하고, 소환장을 발부해 송달할 예정이다.
◇전 씨 불출석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는 27일 오후 2시30분 법정동 201호 법정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전 씨에 대한 재판을 열었다.
지난달 11일 공판준비기일에 이은 두 번째 재판이다. 공판준기비일과는 달리 피고인에게 출석 의무가 부여된 사실상의 첫 재판이다.
하지만 전 씨는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 씨의 변호인만 참석했다.
김 판사는 법정에 들어선 뒤 전두환 피고인을 두 번 호명했다. 이어 "출석 안했죠"라고 변호인에게 묻자 변호인은 "예. 못했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인 전 씨가 불출석한 만큼 오는 10월1일 오후 2시30분으로 재판을 연기했다. 아울러 소환장을 발부해 송달할 예정이다.
◇ 공소사실 부인·재판 이송 신청 재고려
법정에서 변호인은 전 씨의 공소사실에 대해 사실상 부인의 뜻을 밝혔다.
그는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목격자들의 진술과는 달리 헬기를 조종했다는 조종사나 승무원들은 한결같이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목격했다'는 진술과 '없었다'는 진술이 배치된 상황이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헬기사격 유무를 놓고 향후 재판 과정에 검사와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갈 것으로 보인다.
정 변호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서울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신청서를 낼까 생각중"이라고 밝혔다.
재판이 끝난 뒤 그는 "개인적 심정은 가까운 현재지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법원에) 한번 더해볼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기소 뒤) 이송신청을 했는데 (법원으로부터) 이송을 기각한다는 결정을 받은 바 없다"며 두 번째 이송신청을 생각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까지) 확정된 계획은 아니다"고 밝혔다.
전 씨의 현재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할 때 원거리인 광주가 아닌 서울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앞서 정 변호사는 광주지법에 토지관할 위반과 전 씨의 건강상 이유를 들어 전 씨 주소지 관할 법원에서 재판해야 한다는 취지의 재판부 이송신청을 광주지법에 냈다.
이에 전 씨를 기소한 광주지검은 '전 씨의 회고록이 광주에도 배포됐다. 광주 역시 범죄 장소로 범죄지 관할이 있다'며 이송신청을 반대했다.
법원 역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결국 이날 광주지법에서 재판이 열렸다.
◇ 전 씨 건강상태는
전 씨의 건강상태에 대해 정 변호사는 "도저히 (법정에) 출석하기 어려운 건강상태다. (전 씨를) 만나러 갈 때 마다 '왜 왔느냐'고 물어본다. 재판 때문에 왔다고 말하면 '무슨 재판이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처음부터 설명한다. 그 때는 이해한다. 그 다음에 다시 찾으면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말했다.
이어 "재판에 대해서는 직접 의논을 하지 못했다. 가족들하고 의논했다"며 "재판에 대한 인식 자체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또 "직접 경험한 사실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말에 의하면 '가까운 사람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며 "고인이 된 분을 만나고 싶다며 찾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히 절대 잊어버릴 수 없는 사실 몇가지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시해범이 누구인지 착오할 수 없는 부분인데 이 부분을 착오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씨가) 상황 인식을 못한다. 과거의 기억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뒤죽박죽 된 것 같다.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상태는 자세히 모른다. 경험한 사실만을 말한다"고 밝혔다.
◇ 투병 중 회고록 작성?
'투병 중 회고록을 작성할 수 있느냐. 모순 아니냐'늘 질문에 정 변호사는 "2013년 이전 자료를 모집하고 초고를 작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정확하게 언제부터 시작한지는 모르지만 아주 오랫동안 회고록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가지 원고를 모았다가 집필에 들어갔다. 지난해 4월 무렵 급하게 출간하게 된 것은 치매 증상이 더 심해져서이다. 객관적 인식이 어려워질 경우 회고록 출간이 곤란하다 판단해 서둘러 출간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방청석에는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를 비롯해 5·18기념재단과 5월 단체 관계자 등이 자리, 재판 과정을 지켜봤다.
전 씨를 기소한 광주지검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 공판검사가 아닌 수사검사를 포함한 전담팀을 법정에 출석시켰다.
전 씨는 지난해 4월3일 회고록을 통해 '광주사태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고 기술,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평생을 5·18민주화운동과 함께 해온 고 조 신부는 생전 1980년 5월 헬기사격을 주장해왔다. 오월단체와 유가족은 지난해 4월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며, 검찰은 수사 끝에 지난 5월3일 전 씨를 불구속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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