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16년간 로비·집단행동 일삼아 교육당국 발목 잡았다
2002년 단설유치원 신설 반대 시작…번번이 집단행동
유아교육법 제정 뒤 10년간 한유총 입김 더욱 강해져
누리과정 도입 이후 투명성 강화 정책에 극렬히 반대
신학용 전 의원에 3360만원 뇌물성 후원금 유죄 확정
【수원=뉴시스】배훈식 기자 =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1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광교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10.16. [email protected]
전국에 있는 사립유치원 3분의 2가 가입하고 있는 거대 이익단체인 한유총은 지난 1995년 창립한 뒤 공립단설유치원 설립 반대운동(2002년)을 전개하는 등 굵직한 유아교육정책이 추진될 때마다 집단행동을 벌이거나 정치권 로비를 통해 사립유치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끌어가거나 중단시켜 왔다는 지적이다.
한유총이 처음으로 집단행동을 시작한 시기는 2002년이다. 단설유치원 신설이 예산낭비를 부추기고 사립유치원의 경영난을 가중시킨다며 반대 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철저히 이해관계에 기반한 반발이었지만, 당시 교육당국은 사립유치원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을 택했다. 이후 단설유치원 설립은 각 시도별로 추진과 중단을 반복하면서 혼선을 빚었다.
2004년 유아교육법이 제정될 때에는 한유총이 전국적으로 집단행동을 개시했다. 영유아교육법이냐, 유아교육법이냐를 두고 어린이집이나 놀이방 등 보육 분야 단체와 정면 대치했으며, 표를 내세워 정치권을 압박했다. 결국 유아교육법 제정을 관철시킨 이후 자신감을 얻은 한유총의 입김은 지난 10여년 간 더 강해졌다.
그러다 2012년 누리과정이 도입된 뒤 집단행동은 점점 거세졌다. 국고지원금 지출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힘을 얻었지만,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을 사유재산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특히 유치원 회계 감사를 학교법인 수준으로 강화한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 개정안에 극렬히 반대했다. 규직 개정 및 국가회계시스템 도입 관련 공청회와 세미나 자리마다 찾아와 집단 시위를 벌이면서 방해했다. 이 때문에 당초 2016년 가을 시행될 예정이었던 재무회계규칙은 1년이 미뤄져 지난해 9월에야 겨우 시행됐다.
시행시기와 맞물려 한유총의 집단행동은 극에 달했다. 사립유치원 교육비 증액을 요구하며 집단 휴업을 예고하자, 교육부 역시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음으로 강경하게 맞섰다. 하지만 한유총은 집단 휴업을 철회했다가 다시 예고하기를 반복하면서 원생들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아이들을 볼모로 잡았다"는 비판에도 댓글 조작을 시도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처럼 한유총이 건건마다 실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권과의 공생관계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지역 교육청 등과 관계를 형성하며 입법 로비를 벌여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유총은 지난 2013년 신학용 전 의원에게 사립유치원 특혜를 담은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한 대가로 3360만원의 뇌물성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신 전 의원은 지난해 실형이 확정됐고, 당시 한유총 회장에게는 벌금형이 선고됐다.
현재 지역 교육청 관계자들과의 유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17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교육청이 사립유치원 감사에 미온적이고 형식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교육청과 사립유치원의 유착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이를 파헤쳐 공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금전이 오가는 수준의 로비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우"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육분야의 거대한 이익단체가 된 한유총이 정치권과 교육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견제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국가회계시스템을 도입, 실시간으로 회계현황을 공개한다면 명목이 불분명한 지출이 정치권 등에 대한 로비로 사용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박 의원이 공개한 감사결과 보고서에서도 유치원비를 한유총 회비로 지출했다가 감사에서 지적 받은 경우가 상당수 포함된 바 있다. 교육당국의 감사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와 유치원 안팎에서 학부모들이 상시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최정혜 한유총 이사장 사임 후 출범한 비대위는 16일 국공립유치원 국가회계시스템을 받아들여 정부 정책에 협의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사태 원인은 여전히 교육당국에 떠넘기고 있다.
이덕선 비대위원장은 이날 매체 인터뷰를 통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예훼손 고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립유치원을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운영 이익을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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