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경제진흥계획 '비전 2030' 카슈끄지 살해로 '휘청'
외국기업 사우디 진출 꺼려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증시 침체
국내 자금 해외 유출 가속화
【리야드=AP/뉴시스】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막한 '사우디아라비아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에 참석한 임란 칸(앞 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파키스탄 총리가 눈을 비비고 있다. 최근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망 사건의 여파로 글로벌 경제 리더들은 해당 행사에 잇따라 불참을 선언했다. 2018.10.23.
【로스앤젤레스=뉴시스】류강훈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새로운 경제발전 계획이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큰 차질을 빚게 됐다고 CNN이 21일(현지시간) 중동 경제연구기관의 전망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년여 전에 '비전 2030'을 시작하며 향후 10년동안 석유 이외의 다른 경제산업 진흥 청사진을 내세웠다.
사우디는 특히 관광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키우고, 기술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발돋움하려는 경제 다양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빈 살만 왕세자의 카슈끄지 살해 의혹과 관련해 사우디가 인권 사각지대라는 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외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사우디 진출을 주저하고 있으며 사우디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국제금융연구소(IIF)의 가비스 이라디언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에 대한 외국인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이라디언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큰 해외기업이 사우디와 비즈니스를 계속할 수 있지만 사우디가 목표로 하는 석유 이외의 다른 경제산업 다양화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된 투자 컨퍼런스 참석을 취소했던 전세계 정치 지도자들과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사우디에 대한 생각도 여전히 '물음표'인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에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 의회는 사우디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초 사우디의 주식시장은 해외자금이 유입되면서 가장 뜨겁게 떠오르는 신흥시장 중 하나였다. 지난 7월 사우디의 '타다울(Tadawul)' 지수는 올해 초에 비해 17% 상승했었다.
그러나 카슈끄지 살해 사건 이후 증시가 침체돼 현재 타다울 지수는 올해 초에 비해 고작 4% 가량 높은 상황이다.
최근 몇달 동안 사우디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의 불안한 정세 때문이다. 리야드의 메픽(MEFIC) 캐피탈에 따르면, 카쇼기가 살해되기 전인 9월에만 거의 1억6500만 달러가 사우디 상장기업으로부터 빠져나갔다.
사우디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도 해외로 옮겨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JP 모건은 이달에 발표한 조사보고서에서 2018년에만 900억 달러가 해외로 유출될 것이며 내년에는 더 많은 액수가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 정부가 해외기업과 손잡고 야심차게 추진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차질이 있을 전망이다.
지난 4월 리야드에 첫 영화관의 문을 연 미국 영화관 체인 'AMC'는 향후 5년 동안 최소한 30개의 영화관을 사우디에 세우기로 했다. 또한 세계 최대 미국의 놀이공원 기업 '식스플래그'도 2020년 사우디에 테마파크를 열 계획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 지 미지수다.
AMC와 식스 플래그는 향후 사우디 투자계획에 대한 CNN의 확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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