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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기업 韓자산 압류 승인…한일관계 해법 있나

등록 2019.01.09 16: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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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日기업 자산 보전' 결정에 "국제법적 대응" 언급

청구권협정 근거한 중재 또는 ICJ 제소로 압박 지속 전망

정부, 중재 요청 응하지 않을 듯…일본도 무대응 전례있어

"한일 정부·기업 2+2 기금 조성, 아베 설득에 시간 걸릴 듯"

【서울=뉴시스】강제징용 피해자 측 변호인들이 4일 우리나라 대법원의 배상판결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일본 도쿄 신일철주금 본사를 또다시 찾았지만, 이번에도 면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변호인들은 지난 11월 12일에도 신일철주금 본사를 찾은 바 있다. <사진출처:NHK 화면 캡처> 2018.12.04

【서울=뉴시스】강제징용 피해자 측 변호인들이 지난해 12월4일 우리나라 대법원의 배상판결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일본 도쿄 신일철주금 본사를 또다시 찾았지만, 이번에도 면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변호인들은 지난 11월 12일에도 신일철주금 본사를 찾은 바 있다. (사진=NHK 화면 캡처) 2018.12.04

【서울=뉴시스】김지현 기자 = 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기업의 한국 자산에 대한 압류를 결정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강제징용 피해자 변호인단이 신청한 주식회사 PNR 주식에 대한 압류 신청을 지난 8일 승인했다. PNR은 신일철주금이 포스코와 함께 설립한 합작회사로, 신일철주금이 주식 30%를 가지고 있다.

변호인단은 피해자 2명에 대한 배상과 지연이자를 합친 액수에 상당하는 PNR 보유 주식에 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승인해 8만1075주에 대한 처분 금지를 결정했다.

법원 명령의 효력은 PNR 측에 압류 신청 관련 서류가 송달되는 즉시 발생한다. 다만 변호인단이 압류명령 신청과 함께 통상 이뤄지는 매각명령 신청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결정의 효력이 생긴다 해도 PNR이 주식을 당장 현금화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변호인단은 신일철주금과 협의를 하기 위한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자산 보전만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가 징용 기업을 상대로 배상이나 화해 제안에 응하지 말라는 기조를 세운 이상 신일철주금이 피해자 측과 권리 구제를 위한 협의에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처럼 징용 피해자 측이 재판 결과에 대한 강제집행을 움직임을 취하자 한국 정부에 대응책을 내놓으라는 압박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피해자 측의 압류 신청 이후 "국제법에 따라 대응하도록 관계 부처에 구체적인 조치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으며,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도 "일본 기업에 불이익이 생기면 즉각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신일철주금에 자산에 대한 압류가 실제로 이뤄지면 한일 청구권협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외교적 협의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청구권협정 3조1항은 양국 간 분쟁은 우선 외교상 경로를 통해 해결하도록 돼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자산압류 신청 승인과 관련해 "극히 유감"이라며 "가까운 시일에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른 협의를 한국 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외교 협의를 통해서도 해결이 안 될 경우, 일본 정부는 청구권협정에 규정된 중재 절차를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0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헌법개정과 관련해 "2020년 새 헌법을 시행하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헌법개정 조문안을 제시하려던 목표가 좌절된 아베 총리는 이날 국회 폐회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개헌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2018.12.10.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DB). 2018.12.10.

한국 정부가 중재를 통한 해결에 합의하면 양국 정부는 각 1명씩 중재위원을 선임하고, 이들이 합의한 1명의 위원을 더해 총 3명으로 구성된 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일본의 중재 요청에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 정부가 과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우리의 중재 요청에 무대응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2011년 8월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일본에 양자 협의를 촉구했지만 일본 측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중재위원회는 우리 측의 합의 없이는 구성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중재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것으로 전해지지만, ICJ 재판도 한국이 응하지 않으면 열릴 수 없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중재 또는 제소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시사해 외교 압박을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만간 미쓰비시 중공업에 징용돼 대법원에서 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 측도 압류 신청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일 양국 정부와 기업이 참여하는 2+2 기금을 만드는 방안을 이상적인 해결책으로 내놓고 있다. 청구권 자금을 받은 국내 기업도 배상 책임을 나눠지겠다는 제안이지만 일본 정부가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공세로 한일 관계는 앞으로도 대치 상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외교적 소통을 통한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양 교수는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기금을 만들면 되는데 아베 총리가 막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신중하게 대응책을 검토하는 것은 나름대로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당분간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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