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중동 발언'에 날세우던 與, 김현철 발언엔 모르쇠
박근혜 '중동 가라' 땐 "70년대냐" "청년 상처에 소금 뿌려"
조국, 당시 페북에 "일베청년·박정희교도 다 중동 보내라"
김현철 '아세안 가라' 발언엔 침묵 일관…민주당 논평도 없어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김현철 신남방특별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2019.01.28.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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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보좌관은 전날(2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여기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여기(아세안)를 보면 '해피 조선'이다"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에서는 이 발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동 발언'을 연상시킨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3월 중동 순방 후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 진출을 해보라. 다 어디 갔느냐고 (하면) 다 중동 갔다고 (할 정도로)"라고 해 야당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제1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역시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했다며 정부·여당에 목소리를 높였다.
우윤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분명히 말하지만 지금은 1970년대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제대로 된 청년고용정책을 세우기는커녕 중동 이야기를 꺼낸 건 적절치 않다. 청년들이 우선 국내에서 살 길을 찾도록 하는 게 도리"라고 지적했다.
당시 원내대변인이던 서영교 의원은 논평을 통해 "청년들을 중동으로 내모는 건 상처난 곳에 소금뿌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서 의원은 "5포시대, 청년실신, 고3사회 우리 청년층은 너무 힘들고 아프다"며 "청년층의 고용 사정은 갈수록 악화되는데 정부는 그 탓을 청년들에 돌리려 한다"고 박근혜 정부의 청년 정책을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 박 전 대통령의 중동 발언 비판은 꾸준히 이어졌다.
【쿠웨이트=뉴시스】박주성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오후 중동 4개국 첫 순방지인 쿠웨이트 국제공항에 도착해 알-이브라힘 왕실부 국왕자문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201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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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청와대 민정수석인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근혜 정권 옹호에 광적으로 앞장서는 일베 청년들, 박 정권 권력자의 자식들, 박정희 교도처럼 언동하는 어르신들의 손자들, 다 중동으로 보내면 된다"며 "즉각 자기 자식과 손자들을 중동으로 보내 각하를 기쁘게 하라"고 비꼬았다.
이처럼 중동 발언에 날을 세웠던 현 여권은 판박이처럼 닮아 있는 김 보좌관의 발언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무대응 전략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야권에서 김 보좌관을 사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 발언은 잘 모른다"고 답을 피했다. 민주당은 당 차원의 공식 논평도 내지 않았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통화에서 "민주당이 침묵하는 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중동과 아세안의 차이는 무엇이냐"면서 "이번 건뿐 아니라 최근 손혜원·서영교 의원 사건 모두 민주당의 이중적 태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김 보좌관은 논란이 일자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표현으로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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