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신념' 20대, 양심적 병역거부 법원서 첫 인정
수원지법 형사5단독 이재은 판사는 예비군법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현역 군 복무를 마치고 2013년 2월 16일 제대해 예비역에 편입됐으나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0여 차례 예비군·병력 동원 훈련에 불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A씨는 훈련에 불참한 것은 사실이나,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
른 것이므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가 예비군 훈련 불참한 사유가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폭력적인 가정 환경으로 인해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고, 미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끔찍한 잘못은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고, 이는 전쟁이라는 수단을 통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이로 인해 군 입대를 거부할 결심을 했던 A씨는 가족들의 설득으로 양심과 타협해 2015년 5월 17일 입대했다. 하지만 실제 전쟁이 일어나면 자신이 적에게 총을 쏠 수 없다는 확신을 갖게 돼 군에 복무하는 것은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동일 뿐 아니라 동료, 국가, 국민에게 큰 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후회했다.
A씨는 제대 뒤 예비역에 편입됐지만 더 이상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고 결심해 모든 훈련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년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조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없어 일용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씨의 병역거부가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년 동안 계속되는 조사와 재판, 주변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비난에 의해 겪는 정신적 고통과 안정적 직장을 얻기 어려워 입게 된 경제적 손실, 형벌의 위험 등 A씨가 훈련을 거부함으로써 받는 불이익이 훈련에 참석함으로써 받는 불이익보다 현저히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처벌을 감수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오히려 유죄로 판단될 경우 예비군 훈련을 면할 중한 징역형을 선고받길 요청하는 점, A씨가 훈련을 거부한 때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이라는 점을 종합해 예비군 훈련 거부가 양심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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