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日에서 돌풍…조남주 작가 "국가·환경 달라도 공감"
출간 2개월 만에 8만부 넘게 팔리며 품귀현상
일본서 출간된 한국소설 중 최단기간 최고판매
번역자 "일본 독자가 더 많이 울어"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가 19일 일본 도쿄 신주쿠 기노쿠니야 서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5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82년생 김지영'은 작년 12월 일본에서 번역 출간되자 곧바로 아마존 저팬 아시아 문학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서점에서는 품귀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소설은 지난 16일 현재 판매부수가 8만을 돌파해 일본에서 출간된 한국 소설중 최단기간내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날 행사는 작가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다는 일본 독자와 현지 언론의 요청에 따라 한국문학번역원과 '82년생 김지영'을 출판한 지쿠마쇼보(筑摩書房)와 '현남오빠에게'를 출간한 하쿠스이샤(白水社)가 공동 주최했다.
조 작가는 "저의 작품이 일본에서 이렇게 많이 읽힐 줄은 예상 못했다"면서 "한국에서 일본 소설이 많이 읽히고 일본에서 한국 소설이 많이 읽히는데 제 책도 그 흐름을 탄 것 같아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조 작가는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는 질문에 "SNS 등을 통해서 일본 독자들의 후기를 읽어보면 이 소설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내용이 많다"면서 "(보육원 경험 등을 예로 들면서) 국가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 일본 독자에게 전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소설을 번역한 사이토 마리코(斎藤真理子)는 "나는 소설 주인공인 김지영의 엄마 나이에 가까워서 엄마 캐릭터에 굉장히 공감했다. 20대의 자녀가 있지만 나의 20대와 다르기 때문에 내가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김지영 엄마도 그런 부분이 있을 것이다"면서 "독자가 자기를 투영하기 쉬운 소설이라서 인기가 많은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작가 자신이 차별받았다는 사실을 마주하기 어려웠을텐데"라는 질문에는 "이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김지영과 같은 과정을 겪은 적 있다. 그래서 나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이게 김지영의 문제일까, 사회적 환경의 문제는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오른쪽)와 번역자 사이토 마리코 씨가 19일 일본 도쿄 신주쿠 기노쿠니야서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이 끝난 후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작년 12월 일본에서 출간된 이후 두 달만에 8만부가 팔렸다.
번역자 사이토는 "한국에서는 변화가 시작되면 빠르다. 일본에서는 미투(Mee Too)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있지만 그 목소리가 높은 곳까지 잘 이르지 않는다. '82년생 김지영' 책이 나오면서부터 미투가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도 있는 사회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독자들 목소리를 들었다. 이는 이 책의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주 멀리 있는 목소리를 가까운 곳으로 가지고 온 그런 힘이 이 책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 독자와 일본 독자의 반응 차이를 묻는 질문에 조 작가는 "이 소설이 100만 부 이상 팔릴 수 있는 한국의 상황이 부럽다는 일본 독자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면서 "한국에서는 이 작품을 하나의 소설로 받아들이면서 읽혀졌지만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많이 읽힌 소설이라는 점, 한국의 여성을 둘러싼 환경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고 그 상황을 소설과 연결시켜서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도 이런 테마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고심하는 분위기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번역자인 사이토는 "일본의 독자 반응 중 특이하다고 생각한 것은, 일본 독자 중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울었다는 독자가 많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계속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5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조 작가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사회자는 최근의 예민한 한일관계를 의식한 듯 양국관계에 대한 질문은 삼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자회견 이후 열리는 독자 토크쇼는 접수 시작한 지 이틀만에 400석 모두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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