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2년]한국당에 드리운 여전한 '박근혜 그림자'
철 지난 '朴心' 논란, 전대 컨벤션 효과 잠식
사면 필요성 본격 거론…여론 역풍 가능성
박근혜 극복 못하면 보수권 분열 부를 수도
【서울=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 이완구 전 총리의 사퇴로 공석중인 신임 국무총리에 황교안(오른쪽) 법무부 장관을 내정하고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2015.05.21.(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실제로 국정농단과 탄핵정국을 거쳐 한동안 잠잠하던 '박근혜 그림자'는 당의 운명이 기로에 선 순간에 다시 등장했다. 보름 전에 끝난 전당대회(전대)가 대표적인 예다. 유영하 변호사가 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철 지난 '박심' 논란을 되살렸다. 진의를 따지기 쉽지 않은 불분명한 메시지였지만 전대 판세는 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크게 출렁였다.
차기 대권 '잠룡'으로 불리는 거물급 주자들도 '진박'(眞朴·진짜 친박) '배박'(背朴·배신한 친박) 논란을 벌여 난데없이 옥중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을 전당대회로 소환했다. '박근혜 전대'나 다름없다는 혹평까지 나오면서 전대 컨벤션 효과(주요 정치행사 직후 지지율이 치솟는 현상)는 잠식됐다.
황교안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 지도부가 들어섰지만 당의 중심에는 여전히 박근혜 그림자가 존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349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되자,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 내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황 대표는 지난 7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박 전 대통령 사면 여부에 대해 "오래 구속돼 계시고 건강도 나쁘다는 말씀을 들었다. 구속돼서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국민들의 여러 의견들이 감안된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표직에 오른 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공론화 한 것은 처음이다.
같은 날 나경원 원내대표도 KBS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의 형(刑)이 지나치게 높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국민들께서 많이 공감하실 것 같다"며 "사면 문제는 결국 정치적인 어떤 때가 되면 논의를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나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많은 사안이 소위 정치적으로 과하게 포장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며 "때가 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해줘야 한다. 그렇게 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박근혜 그림자가 '도로친박당', '도로탄핵당'으로 회귀하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만큼 경계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모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언급하면서도 에둘러 촉구한 모양새는 여론의 역풍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 2년을 맞은 현 시점에 박근혜 그림자가 한편에 드리우고 있지만 당 내 전반적인 기류는 박근혜를 넘어야 한국당이 살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 [email protected]
비박계 한 중진 의원은 "당내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가석방을 바라는 일부 의원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당의 지배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지도부가 왜 박근혜 사면 얘기를 꺼내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지금은 사면을 논할 때가 아니다. 당이 반성하고 계속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제1야당으로서 위상을 살려야 할 때다"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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