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메이 "브렉시트 연기는 하원 탓"…의원들 "트럼프냐"(종합)
메이 "나는 국민편…하원, 이제 선택해야 한다"
하원 의원들 "다음 투표 더욱 어렵게 만들어"
【런던=AP/뉴시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10번가 총리실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이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연기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며 "이제는 하원이 선택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03.21.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연기의 책임을 하원으로 돌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향해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전직 장관 출신의 한 의원은 동료 의원을 비난하는 총리를 향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행동한다"고 힐난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런던 다우닝10번가 총리실 앞에서 대국민 성명을 열고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 6월30일까지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 매우 유감스러운 문제"라며 "하원은 선택을 피하기 위한 모든 일을 했다. 이제는 그들이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을 향해 "여러분은 내분에 지쳤고, 정치적 게임에 싫증이 났으며, 난해한 절차적 줄타기에도 녹초가 됐다. 아이들의 교육, 국민건강보험, 칼부림 사건 등 국민의 관심이 높은 문제는 안중에 없이 브렉시트만을 이야기하는 정치인에게도 피로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AP/뉴시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오전 6월30일까지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 보냈다. 투스크 의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단기간 브렉시트 연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단,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가결할 경우에 한한다고 조건을 걸었다. (사진=테리사 메이 총리실 제공) 2019.03.21.
총리는 "여러분은 브렉시트의 과정을 빨리 끝내길 바라고 있다. 나도 동의한다. 나는 여러분의 편이다"며 하원을 비난했다.
메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비공개 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보수당 소속의 하원 의원은 "당원으로서 최악의 날"이라며 "회의에서 메이 총리에 대한 거리낌없는 분노가 터져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난관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녀의 시간을 끝이 날 것"이라며 총리의 사임을 시사했다.
스티븐 맥파트랜드, 벤 브레들리 등 보수당 의원들도 "메이 총리의 발언이 오히려 다음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에서 그의 제안을 지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표했다.
비공개 회의에 참여했던 또 다른 의원은 "이런 모임은 처음이었다. 분위기가 매우 이상했다"며 "그(총리)는 의자에 앉아 점점 줄어들었다. 물약을 먹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았다"고 말했다.
【브뤼셀=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영국의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받은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는 "단기간 브렉시트 연기는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단,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가결할 경우에 한한다고 조건을 걸었다. 2019.03.21.
이 난국에 동료 의원들을 비난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뿐이라며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굴었다"고 말한 의원도 있었다.
메이 총리는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와 정상회담에 참석해 브렉시트 연기와 관련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영국의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받은 투스크 의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단기간 브렉시트 연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단,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가결할 경우에 한한다고 조건을 걸었다. 이에 따라 하원이 메이 총리의 세 번째 승인투표마저 부결할 경우 '노딜' 브렉시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지 언론들은 3월 마지막 주에 3차 승인투표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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