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죽게 한 위탁모, 징역 17년…"고문 같은 학대"(종합)
15개월 아기 수시로 굶기고 손·발로 폭행까지
이상 증상에도 32시간 방치하다 뒤늦게 병원
1심 재판부 "엽기적 행각…죄질 극히 불량해"
"변명만 계속해 잘못 반성하는지 의심스러워"
"다른 참혹한 비극 안 된다는 사법부 의지표명"
검찰 "살인 준하는 양형해야"…징역 25년 구형
【서울=뉴시스】서울남부지법 입구. 뉴시스DB. 2019.04.26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이날 오전 아동학대처벌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39)씨에 대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을 믿고 아이를 맡긴 부모의 신뢰를 무참히 짓밟았고, 학대행위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엽기적 행각을 보이기도 했으며, 고문에 더 가까운 학대행위와 방치 속에 소중한 아이의 생명이 사라지게 했다"면서, "납득하기 힘든 변명을 법정에서 계속하고 있어 과연 스스로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또한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사건과 관계 없는 일반 시민들, 특히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들이 공분을 느끼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원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참혹한 비극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법부의 의지를 표명해 우리 사회가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고, 일하는 엄마들이 더이상 죄책감을 갖지 않는 세상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재판부가 김씨의 범죄사실을 읽는 동안 법정에서는 여기 저기서 한숨과 훌쩍이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재판이 끝난 뒤에도 눈물을 흘리며 말없이 법정을 빠져나갔다.
김씨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소재 거주지에서 지난해 10월 위탁 받아 돌보던 문모양을 학대, 그 다음달 10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문양은 생후 15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문양을 돌보던 중 열흘 간 하루 한 차례 분유 200㏄만 먹였다. 설사가 잦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한 꿀밤을 때리고 발로 머리를 차는 등 수시로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 범행은 지난해 10월21일 문양이 뇌사상태에 빠지면서 드러났다. 문양을 진료한 이대목동병원 의사가 증상을 토대로 뇌손상 결론을 내렸고,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는 김씨가 눈동자가 돌아가고 손발이 굳는 문양의 증상을 32시간 가까이 방치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증상 발생 다음날인 22일 오후 11시40분에야 아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문양 외에 장모양(당시 6개월)과 김모군(당시 18개월)을 학대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장양의 코와 입을 틀어막고 욕조물에 얼굴을 담그는가 하면, 김군을 목욕용 대야에 눕혀 수도꼭지 아래에 두고 뜨거운 물을 틀어 화상을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조사에서 김씨는 위탁모 활동에 따른 스트레스에 따라 이같은 학대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의사표현도 할 수 없는 영아들을 자신의 분풀이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방어능력이 없는 아이를 죽게 한 것은 살인에 준하는 양형을 해야 한다"며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직접 키우지 못하는 어려운 환경에도 출산을 포기하지 않고 24시간 어린이집과 사설 위탁모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키워 온 가정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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